20일 귀순에 성공한 북한군 A 씨는 삼엄한 감시를 피하기 위해 탈북 시간대를 새벽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귀순 방지용 지뢰를 매설하고 있는 군사분계선(MDL) 일대를 넘어올 수 있었던 건, A 씨가 지뢰 매설 작업에 동원됐거나, 해당 지역의 지리를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란 추측도 나온다.
A 씨는 강원도 고성군의 육군 22사단 작전 관할구역인 동해선 인근 개활지를 걸어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자정 직후 MDL 이북에서부터 A 씨의 움직임이 우리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 우리 군은 A 씨를 대상으로 정상적인 유도작전을 실시, A 씨의 귀순 의사를 확인한 후 신병을 확보했다.
북한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올해 1월 16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남북 연계 조건 분리 조치’(단절 조치)를 지시한 이후 4월쯤부터 북방한계선(MDL 기준 2㎞) 등 전선지역 수 개소에 다수 병력을 투입, △불모지 조성 △지뢰 매설 △전술도로 보강 △대전차 방벽 설치 등의 작업을 진행 중이다.
북한은 불모지 작업과 지뢰 매설 중 수차례의 폭발 사고로 다수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작업을 강행하고 있다. 특히, ‘남북 단절’을 강조하려는 듯 경의선·동해선·화살머리고지 등 남북 연결도로 일대에 지뢰를 매설했고, 동해선 가로등과 철도 레일·침목 등을 제거했다.
A 씨는 동해선 인근 지역을 통해 남한으로 넘어왔는데, 해당 지역 작업에 동원된 북한군들 중 1명일 가능성이 있다. 불모지 작업은 경계력 강화를 위한 것이고, 매설된 지뢰가 대부분 귀순 방지를 위한 대인지뢰란 점에서 A 씨가 일대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일 수 있는 것이다.
정부는 A 씨의 이번 귀순이 접경지역에 근무하고 있는 북한 군인들의 상황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척도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이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있지만 군인들의 기강은 해이해지고 있고, 감시 체계에 또한 문제가 있단 걸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한 현역 군인이 남한으로 넘어와 귀순 의사를 밝힌 게 공식 확인된 건 2019년 8월이 마지막으로, 이후 약 5년 만의 현역 북한군 귀순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8일 새벽엔 북한 주민 1명이 한강하구 남쪽 중립수역을 마찬가지로 걸어서 남쪽으로 넘어와 귀순한 바 있다.
우리 군이 북한의 대남 오물·쓰레기 풍선 살포에 대응해 지난달 21일 모든 전선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시행한 이후 한 달 사이 주민 1명과 군인 1명 등 북한 인원 2명이 귀순한 것이다. 우리 군은 방송이 장기화하면 북한 군인·주민의 귀순이 늘어날 걸로 내다보고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