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의료 행위를 법으로 보호하는 ‘간호법 제정안’이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집단 이탈로 의료 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까지 29일 총파업을 예고하자 여야가 극적으로 합의한 결과다. 이에 따라 이르면 내년 6월부터 PA 간호사의 의료 행위가 합법화된다.
국회는 이날 본회의를 열어 간호법 제정안을 표결에 부친 결과 재석의원 290명 중 찬성 283명, 반대 2명, 기권 5명으로 가결시켰다.
간호법의 핵심은 그동안 의사의 업무 일부를 수행해 왔으나 법적 근거가 없었던 PA 간호사의 지위를 법제화하는 것이다. 현행법상 PA는 불법이지만 PA 간호사들은 주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약물 처방, 검사, 수술 등 사실상 의사 업무 전반을 대신하고 있다. 현재 일선 병원에 있는 PA 간호사는 1만300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건당국도 관행적으로 PA의 존재를 인정해 와 사실상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 있었다.
간호법은 21대 국회에서도 발의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으나 윤석열 대통령이 직역 간 갈등 등을 이유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국회로 돌아온 간호법은 재표결 끝에 폐기됐다. 이번에는 의대 증원 문제를 둘러싼 의정 갈등 속에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자 여야 간 합의의 기반이 마련됐다.
여야는 이달 초부터 PA 간호사 법제화에 공감대를 이루고 28일 본회의 처리를 목표로 논의해 왔으나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 규정, 간호조무사의 학력 규정 등 세부 사안에서 이견을 빚어 왔다. 국민의힘은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로 ‘검사, 진단, 치료, 투약’을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으나 민주당은 “의료계 직역단체 간 갈등이 우려된다”며 반대해 왔다. 전문대 간호조무학과 졸업생에게 간호조무사 자격을 부여하는 학력 제한과 관련해선 여당은 찬성했지만 야당은 “특성화고와 학원의 어려움이 우려된다”며 반대했었다.
이런 가운데 간호사들이 주축인 보건의료노조마저 총파업을 예고하자, 여당이 야당 안 수용을 전제로 ‘원포인트’ 회의를 요청하면서 견해차가 좁혀졌다.
가장 큰 쟁점이었던 PA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보건복지부 시행령으로 정하도록 해 야당 입장이 대폭 반영됐다. 간호조무사의 학력 규정은 특성화고 졸업자나 조무사 학원을 나온 사람에게만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주는 현행 의료법을 유지하되, 부대의견에 반영해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그간 간호법 제정을 요구해 온 보건의료노조는 법안 통과를 반기면서도 “임상경력과 교육·훈련 과정, 자격시험 등 PA 간호사의 자격 요건을 하위 법령에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