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집주인인 ‘민간임대주택’, 2035년까지 10만호 공급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8일 15시 57분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베르디움 프렌즈’ 시설을 둘러보고 있다. (국토교통부 제공) 2024.8.28/뉴스1
기업이 운영하고 세입자가 2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기업형 장기임대주택’이 2035년까지 10만 채 수준으로 공급된다. 전세사기 우려 없이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거 선택지를 늘린다는 취지다. 건설업계를 비롯해 보험사 등 다양한 민간 기업의 참여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경제장관회의에서 신유형 임대주택 공급방안을 발표했다. 법인이 100채 이상 규모로 20년 이상 임대주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 임대료 규제를 최소화하고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현재 비등록 개인이 주도하는 임대 시장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거주 가능한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취지다. 국토교통부는 관련 법 개정안을 다음 달 중 발의할 계획이다.

규제와 정부 지원 정도에 따라 사업 유형이 자율형·준자율형·지원형 3가지로 나뉜다. 자율형은 임대료 규제를 받지 않는 정부 지원을 최소한으로만 받는다. 준자율형은 임차인이 20년 임대 기간 동안 계약 갱신 때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할 수 있고, 매번 임대료 인상률 5% 상한이 적용된다. 대신 지방세 감면 혜택과 저리의 기금융자가 지원된다. 지원형은 준자율형이 받는 규제에 더해 시세의 95% 수준의 초기 임대료 규제를 받고, 무주택자 우선 공급 의무가 생긴다. 대신 기금 융자 금리가 더 낮고, 기금출자도 지원된다.

정부가 장기임대주택 시장에 기업의 참여를 유도한 사례는 과거에도 있었다. 2015년 박근혜 정부에서는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해 8년간의 의무 임대 기간을 둔 ‘뉴스테이’를 내놓았다. 뉴스테이의 경우 의무 임대 기간과 계약 갱신시 임대료 상한을 제외한 모든 규제를 풀었다. 다만 당시 공적 지원을 받으면서도 시장 수준의 임대료를 책정한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뉴스테이는 의무임대기간이 종료되면 분양 전환해 수익을 거두는 유형인 반면, 신유형은 임대료 수준을 높여 임대를 계속 이어나가게 유도하는 차이가 있다.

정부가 신유형 민간임대주택을 10년 동안 공급하기로 한 10만 채는 전체 임대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 2022년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임대주택 시장은 863만 채 규모로 전체의 1.1%에 불과하다. 임대료 수준도 중산층 수요자부터 고급 주택 가격대까지 유형별로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원형 유형을 제외하고는 임대료 규제를 하고 있지않아 대부분 시장 수준의 임대료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은 28일 용산구 베르디움 프렌즈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기존 뉴스테이 유형 임대료에) 월 20만원 정도를 더 받으면 사업 적자가 흑자로 돌아선다”며 “신유형의 경우 분양 전환을 통한 수익을 기대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임대료를 통한 운영 수익이 확보된다”고 말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이미 대규모 장기임대기업 중심으로 민간 임대주택시장이 꾸려져나가고 있다. 일본은 전체 임대주택의 60% 이상을 ‘다이와하우스’ 등의 임대전문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실버스타인’ 등 100억 달러 이상의 부동산 자산을 보유한 임대전문기업들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정부는 보험사 등의 참여 문턱을 낮추기 위해 장기임대주택을 직접 보유하면서 투자할 수 있게하고, 지급여력비율 등 리스크규제를 완화했다. 또 5년 이상 운영하는 경우 불이익 없이 임대주택을 거래할 수 있는 포괄양수도를 허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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