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 바빴던 과방위, 회의 143시간중 ‘딥페이크’ 논의 16분 그쳐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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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문진 이사 선임등 정쟁 이슈 치중
20차례 회의, 딥페이크 질의 1번뿐
“잇단 청문회로 정책에 신경 못써”
與野, 문제 커지자 뒤늦게 법안 경쟁

과방위 출석한 KBS 사장-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한국방송공사 박민 사장(앞줄 왼쪽)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광복절에 일본 국가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한 것에 대해 “국민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앞줄 오른쪽)은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 음란물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삭제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과방위 출석한 KBS 사장-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 한국방송공사 박민 사장(앞줄 왼쪽)이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 사장은 올해 광복절에 일본 국가가 나오는 오페라 ‘나비부인’을 방영한 것에 대해 “국민들께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했다. 김태규 방송통신위원장 직무대행(앞줄 오른쪽)은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 음란물이 확산되는 것과 관련해 “삭제 등 제재를 가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고 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딥페이크(인공지능 기반 이미지 합성)’ 기술을 악용한 성범죄가 초중고교와 대학가, 군대 등 사회 전반으로 급속도로 확산 중인 가운데 소관 상임위인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20차례 전체회의(총 143시간 7분)를 열었음에도 관련 언급은 한 차례 회의에서 16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공영방송 이사진 선임을 둘러싼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정쟁 이슈 공방에 치중하며 딥페이크 범죄 문제를 사실상 방치했던 여야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 전체 143시간 중 0.19%만 딥페이크 논의

28일 22대 국회 과방위 회의록을 전수 분석한 결과 과방위는 6월 11일 첫 회의부터 27일까지 20차례 전체회의를 개최해 8587분 동안 회의를 했다. 하지만 회의에서 여야 의원들이 ‘딥페이크’나 ‘인공지능(AI)을 통한 합성물’을 언급하며 관련 질의를 한 시간은 16분(0.19%)에 그쳤다. 22대 전체회의 시간 대비 1%에도 못 미치는 시간만 딥페이크 논란에 할애한 것. 그나마 16분도 딥페이크가 정치권에서 공론화된 27일 회의에서 나온 것이다.

여야는 28일 과방위 회의에서도 ‘딥페이크’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은 한국방송(KBS)이 광복절에 기모노와 기미가요가 등장하는 오페라 ‘나비부인’과 이승만 전 대통령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기적의 시작’을 편성한 것에 대해 박민 KBS 사장을 몰아붙였고, 국민의힘은 야당 공세를 방어하는 데 시간을 할애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과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만 딥페이크 문제를 거론했고, 전날(27일) 회의에서는 이 의원을 비롯해 민주당 김현, 조인철 의원 등이 딥페이크 관련 질의를 했다.


여야는 22대 국회 시작 후 과방위 대부분 시간을 방송 4법(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통신위원회설치운영법 개정안) 처리와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선임 관련 문제에 할애했다. 관련 청문회를 5차례 했고 이진숙 방통위원장 인사청문회도 3일에 걸쳐서 진행했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과기부 장관 방통위원장이 교체되면서 청문회만 하느라 정책적 신경을 쓰지 못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과방위 관계자는 “올해 초 ‘서울대판 n번방’ 사건 등 딥페이크 관련 범죄가 현안으로 떠올랐음에도 불법 정보와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의 삭제나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는 방통위원장 청문회에서 질의가 나오지 않은 것은 여야가 정쟁에만 몰두했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與 긴급현안당정, 野 특위 구성 나서

문제가 심각해지자 여야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법안 발의에 나섰다. 28일 기준 22대 국회 발의 법안은 총 3059건인데 딥페이크 범죄를 적시한 법안은 7건이다. 이들 모두 27일에 발의됐다. AI 관련 법안 7개와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등 딥페이크 범죄 예방과 연관된 법안들은 과방위에 계류돼 있다.

여야는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29일 한동훈 대표 주재로 긴급 현안 간담회를 열어 딥페이크 성범죄 관련 현황 및 대응 상황을 논의한다. 여당은 야당과 협의해 관련 상임위 현안 질의를 열고 9월 정기국회 중에 딥페이크 관련 법안 처리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AI 생성물에 워터마크를 의무적으로 표시하는 법안도 발의할 계획이다.

민주당도 딥페이크 악용 범죄에 대해 당 차원의 특위를 구성하고 딥페이크 영상물을 시청한 사람까지 처벌하는 성폭력방지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가 심각하다. 당 차원의 특위를 구성해 정책 대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과방위에서 방통위가 이 위원장과 김태규 방통위원장 직무대행의 ‘2인 체제’로 공영방송 이사를 선임한 과정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요구하는 안이 야당 주도로 의결됐다.

#정쟁#과방위#딥페이크#논의#청문회#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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