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저를 괴롭게 만드는 것은 살아계신다는 것을 가정한 이 모든 걱정이 어쩌면 이제 아무 소용이 없는 상황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불확실한 아버지의 생사입니다.”
지난 2014년 북·중 접경 지역에서 북한 당국에 의해 유인 납치된 선교사 최춘길 씨의 아들 최진영 씨는 29일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 대회의실에서 열린 ‘납북·억류·강제실종 문제의 국제 연대를 위한 가족들의 호소’ 공청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공청회는 ‘세계 강제실종자희생자의 날(8월 30일)’을 맞아 통일부가 개최했다.
최 씨는 “문화·언어·종교·인종·국적을 막론하고 가족은 전 인류의 공감대”라며 “그렇기에 가족은 인간의 가장 소중한 정서이자 우리 생명의 일부와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북한과 수교한 나라의 외교관들에게는 “아버지가 외부 소식이 전혀 닿지 않는 곳에 10년을 고립돼 혹시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며 “아들인 내가 매 순간 아버지를 놓지 않고 있으니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버텨주라고 어떻게든 아버지께 전달해달라”라고 부탁했다.
대회의실 모니터에는 통일부가 이제석 광고연구소와 공동기획한 북한 억류 선교사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송환 촉구 포스터가 게재됐다. 이를 본 최 씨는 “지금 저 영상에는 2014년과 2024년 두 장면밖에 없지만 다른 선교사님들이 하루빨리 송환되셔서 2025년 저의 결혼사진에는 아버지가 저희와 같이 행복하게 웃고 계시는 장면이 현실이 되길 바란다”라고 재차 호소했다.
이날 공청회에는 최 씨를 비롯해 △북한에 억류된 김정욱 선교사의 형 김정삼 씨 △북한에 억류된 선주 최원모 씨의 아들 최성룡 씨 △박혜자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이사장 △강제 북송된 김철옥 씨의 가족인 김혁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 △탈북 과정 중 강제 북송으로 아버지를 잃은 한의사 한봉희 씨 △강제 북송으로 아들 한정천 씨의 생사를 아직도 확인하지 못한 이소연 뉴코리아여성연합 대표 등 7명이 참석해 북한의 인권 범죄 관련 실태를 폭로했다.
아울러 스페인, 아일랜드, 콜롬비아, EU 등 20개 공관의 주한대사 및 관계자들도 참석했다.
기예르모 키르크파트릭 데 라 베가 주한 스페인대사는 “북한 납북자·억류자 관련 문제가 수십 년의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인 논의도 되지 않아서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이신화 전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국제적인 관심과 연대를 촉구했다. 그는 “(북한 문제는)한국인이 주도적으로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면서도 “오는 11월에 진행될 유엔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에서 유사입장국들의 ‘사전서면 질의’ 및 ‘권고’ 내용에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하는 데 많은 기여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국제사회는 북한인권에 관한 유엔 결의안 채택,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 작성 및 발표 등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여전히 ‘강제실종방지협약’ 가입을 거부하고 있다.
세계 강제실종희생자의 날은 지난 2010년 12월 21일 유엔총회에서 결의안 제정을 통해 2011년부터 8월 30일을 시작으로 강제실종으로부터 모든 사람을 보호하기 위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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