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가 파리올림픽 기간 한국 홍보관으로 사용한 ‘코리아하우스’의 운영 요원 채용 과정에서 현지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체육회가 발주한 외주사가 프랑스 현지 기준이 아닌 국내법을 기준으로 채용 계약서를 작성하고, 임금을 세금 신고 없이 현금으로 지불해 프랑스 내에서 불법고용, 탈세 등이 발생했다는 주장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정연욱 의원은 “체육회가 코리아하우스 행사 운영요원을 고용하면서 프랑스 노동법이 아닌 국내법을 기준으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해 불법 고용이 발생했다”고 29일 밝혔다. 의원실에 따르면 체육회 외주사는 올해 6월 요원 채용 과정에서 교육용 비자 소유로 사실상 근로가 불가능한 현지 유학생을 고용해 프랑스 법률을 위반하고, 프랑스 세무당국에 직원들의 수입을 신고하지 않았다.
의원실 관계자는 “해외에서 근로가 불가능한 유학생을 고용한 뒤 현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고용·거래 흔적을 지우는 관행을 ‘블랙’이라고 부르는데 체육회가 이 모든 사실을 알면서도 모른척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블랙에 당한 유학생들은 한국 정부를 믿고 지원했다가 뒤늦게 세금 등에서 문제가 발생할까봐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파리올림픽 기간 한국 홍보관으로 현지에 꾸려진 코리아하우스는 국고 42억 원과 기업 후원금 등으로 운영됐다. 이번 파리올림픽에 책정된 관련 예산은 121억7500만 원으로 직전 도쿄 대회의 두 배 수준이었다.
올림픽 기간 코리아하우스에는 약 6만4000명이 들릴 정도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예상보다 많은 방문객으로 운영 요원들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심지어 운영 요원에게는 ‘프랑스 최저시급’이 지급됐다. 추가근무 수당 등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체육회는 지난해 외주사 선정 당시 운영 요원 12명을 1인당 시급 38유로(약 5만6000원)에 고용하려고 했다. 외주사 계약 체결 이후 행사 준비 규모가 커지면서 이를 34명까지 늘리게 됐는데, 사업 예산은 추가되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운영 요원의 임금은 최저시급인 11.65유로(약 1만7300원)로 결정됐다.
인력 운용 과정에서 불법 파견 의혹도 불거졌다. 의원실에 따르면 체육회는 방문자 안내와 응대, 행사 운영업무 보조 담당으로 뽑은 인력을 코리아아우스 케이터링 업체의 지원업무에 동의 없이 파견했다. 이 업무에 참여한 운영요원은 “장갑과 세제도 없이 설거지를 했다. 5층 높이 계단으로 냉장고를 옮겼고, ‘음식이 조금이라도 흐트러지면 집에 돌아갈 줄 알라’는 폭언까지 들었다”고 의원실에 당시 상황을 전했다.
정연욱 의원은 “대한민국 홍보관 코리아하우스가 프랑스 현지 유학생들 사이에 ‘코리아 어글리 하우스’라 불리고 있다”며 “체육회의 낡은 관행을 용서 없이 뿌리뽑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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