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된 만큼, 개혁의 본질인 지역·필수 의료 살리기에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의료개혁을 멈출 수 없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정원 보류안을 거부하면서 의대 증원 계획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변화가 없다고 못 박은 것으로 풀이된다. 의사단체는 “예상했던 대로”라며 반발했고 한 대표는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 그런 점에서 대안이 필요하다”며 “민심에 귀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2025학년도 의대 신입생 모집은 현재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이어 “전공의에 과도하게 의존해 왔던 상급종합병원 구조를 전환해 전문의, 진료지원(PA) 간호사가 의료 서비스의 중심이 되도록 바꿔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또 “증원 문제를 일방적으로 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37회에 걸쳐서 의사 증원과 양성에 관한 문제들을 의료인 단체들과도 협의를 해왔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의응답에서 “(증원을) 지금부터 시작해도 10년, 15년이 지나서야 의사 공급이 추가되기 시작하기 때문에 부득이 (지금) 할 수밖에 없다”며 “의사 단체들은 무조건 안 된다고, 오히려 줄이라고 한다.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국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겠습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 방안에 대해선 “가장 오래, 가장 많이 보험료를 내고, 연금은 가장 늦게 받는 청년 세대가 수긍할 수 있는 개혁을 추진하겠다”며 “국가가 지급을 보장한다는 것도 법에 명문화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에게 ‘우리도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연금 개혁의 3대 원칙 지속 가능성, 세대 간 공정성, 노후 소득 보장을 제시한 윤 대통령은 “청년 세대와 중장년 세대의 연금 보험료 인상 속도를 차등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며 “역대 정부가 개혁에 실패하고 개혁을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 때문이다. 저는 쉬운 길을 가지 않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41분간 용산 집무실에서 국정 성과와 4대 개혁 과제를 발표한 뒤 브리핑룸으로 내려와 83분간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회견 뒤 국민의힘 연찬회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돌파구가 필요한 만큼 응급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했고 연찬회장에서도 “지금 국민들이 겪는 어려움을 살피고 해결할 수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 회견 전에는 “의료개혁의 동력은 국민”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과 달리 증원 보류안 등 대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 강희경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내년도 의대 1학년 7500여 명을 가르치는 것부터 불가능하다”며 “윤 대통령의 대승적 결단을 기대했는데 병원을 지키던 교수들의 사직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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