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가 5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해 “민주당이 방탄 정당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놓아 달라”며 “그것만이 우리 정치와 국회가 정쟁에서 벗어나 정상화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을 향해선 “거대 야당의 힘 자랑과 입법 폭주로 정치는 실종되고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윤석열, 김건희 방탄부터 하지 말라” 등 고성을 지르며 반발했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협치가 안 되는 이유로 이 대표 이야기를 하는데, 누가 이렇게 탄압하고 검찰을 이용해 협치를 깨는지 한번 돌아봐야 한다”고 했다. 이날 추 원내대표가 약 51분간 연설을 하는 동안 여당에선 40차례 박수와 환호가 나왔고 야당에선 40차례 고성과 반발이 터져 나오는 등 여야가 극명하게 대립했다.
● “李, 사법 리스크 개인 대응 결단하라”
추 원내대표는 이날 연설에서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민주당의 ‘이 대표 방탄 의혹’을 강하게 비판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민생은 외면한 채, 툭하면 대통령 탄핵 운운하면서 극한 대결에 몰두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이 대표 사법 리스크 방어용이라는 것, 현명한 국민께서 다 알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향해 “수사와 재판은 개인 차원에서 당당하게 대응하라”며 “민주당이 공당 본연의 역할을 되찾고 국회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 달라”고 강조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계엄령 준비’ 주장에 대해서는 “황당무계한 허위 정보까지 만들어 퍼뜨리고 있다”며 “탄핵을 한다면 이런 거짓 괴담으로 대한민국을 혼란과 분열로 몰아넣는 이런 세력들을 탄핵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또 민주당이 ‘독도 지우기’ ‘일본 자위대 한반도 진주’ 의혹 등을 제기한 데 대해 “상대를 친일로 낙인찍고 편을 갈라서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낡은 선동정치, 이제 제발 그만두라”고 꼬집었다.
이날 연설문에는 개혁과 민생, 미래가 각각 28번, 22번, 13번 등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민생 법안 논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를 하루빨리 구성하자”며 “‘민생 입법 패스트트랙’도 도입하자”고 했다. 또 “막말과 폭언, 인신공격, 근거 없는 비방, 정쟁을 겨냥한 위헌적인 법률 발의를 하는 나쁜 의원을 강하게 제재하자”며 ‘국회의원 윤리실천법’ 제정도 주장했다.
추 원내대표는 종합부동산세 완화와 관련해 “1가구 1주택에 대한 공제를 현행 12억 원에서 15억 원 이상으로 조정하고 다주택자 중과 제도도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22대 국회에서 여당 지도부가 종부세 기준을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또 “상속세 완화를 부의 대물림으로 보는 것은 낡은 프레임”이라며 상속세 최고 세율 하향 등도 말했다.
● 野 “연설 수준 너무 낮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이날 “국민이 많이 지켜보고 있고 방청객도 보고 있다”며 “견해가 좀 다르더라도 오늘은 그냥 경청해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전날 박 원내대표가 ‘독재’를 언급하며 윤 대통령과 여당을 향해 독설을 쏟아내면서 여야가 충돌했었다. 하지만 추 원내대표가 연설 후반부 민주당의 민생회복지원금, ‘친일 공세’를 비판하자 민주당 의원들은 “국민 기만하지 말라” “용산에다 얘기하라”는 소리도 나왔다. 연설 막바지에는 야당 의원 5분의 2가량인 약 70명이 의석을 비웠다.
박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국정 운영의 전반적 책임을 지고 있는 여당이 야당의 입법 독주로 민생과 나라가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건 책임 있는 여당 대표의 말이 아니다”며 “그런 부분 때문에 야당 의원들의 비난과 야유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노종면 원내대변인은 “툭하면 ‘이재명 탓’ 하면서 극한적인 책임 회피에 몰두하고 있다”며 “비방과 자화자찬으로 점철된 ‘나쁜 연설’의 전형”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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