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이 ‘2026학년도 의대 정원 증원’ 문제에 대해 “제로베이스(원점)에서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6일 밝히며 2000명으로 정한 2026학년도 증원 폭을 조정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의대 증원이 마무리됐다”며 증원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뜻을 강조한 지 8일 만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평가된다. 당정이 함께 2026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면서 공은 의료계로 넘어간 상황이 됐다. 6개월 넘게 이어진 의정 갈등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주목된다.
대통령실이 입장을 선회한 배경에는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감과 정부 대응에 대한 불만이 커지는 등 민심이 악화하는 데 대한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윤 대통령이 4일 경기 의정부 성모병원 응급센터를 방문한 전후 국민이 체감하는 현장과 대통령실의 현실 인식 간에 괴리를 보인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악화된 여론을 수습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 용산 “2000명 숫자에 구애되지 않겠다”
대통령실은 이날 오전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의대 증원의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을 제안한 직후 환영 입장을 내놓았다. 장상윤 대통령실사회수석비서관은 이날 “2000명이란 숫자에 구애되지 않겠다”며 “여야의정 협의체에 의료계 대표가 나와서 합리적인 안을 제시하면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정부의 정원 2000명 고집설이 허구라는 점을 국민에게 알릴 수 있도록 ‘보다 유연한 자세로 (의료계와) 대화해야 한다’고 참모들에게 주문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이 응급센터를 방문한 다음 날인 5일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적극적으로 대화의 창구를 마련하자’는 의사를 여당에 전달하자는 의견이 모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은 그날 오후 장 수석비서관이 한 대표를 면담하고 발표 내용을 조율했다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6일 오전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지역·필수의료 체계를 개선하기 위한 4자 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하며 “(협의체 운영 과정에서) 국민들과 의료 현장의 의견도 충분히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협의체 구성 제안이 대통령실과 사전 조율됐느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실에서도 공감하는 사안으로 안다”고 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도 이날 “2026학년도 증원의 적정 규모에 대한 합리적 방안을 찾자”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동아일보와 만나 “의료계가 물건(정원 대안)을 안 가져와도 되니 일단 들어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친윤계인 추 원내대표는 대통령실과 한 대표 간 중재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한 대표 측은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제안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하고 대통령실이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 韓 “여야정이라도 먼저” 민주 “의료계 빠지면 안 돼”
여야는 더불어민주당이 협의체에 대해 “환영한다. 신속히 가동하자”는 입장을 내면서 구성 조율에 들어갔다.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민주당과 9일경 구체적 협의가 가능할 것”이라며 “당장 의료계 참여가 없으면 여야정 3자가 개문발차로 협의체를 먼저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의료계가) 당장 혹시라도 참여하지 못하더라도 여야정 먼저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여야 정책위와 보건복지부 교육부 참여가 예상된다.
민주당은 환영 입장을 밝히면서도 내부에선 의료 현안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과와 보건복지부 장차관 경질 등이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의료계 없이 여야정만 모여서 뭐가 해결되겠느냐”는 반응도 나왔다. 민주당 원내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정부가 먼저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줘야 의료계가 협의체에 참여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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