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9일 우원식 국회의장과 양당 원내대표 간 회동을 통해 여야의정 협의체 구성 방식을 논의하는 가운데, ‘2025학년도 증원부터 원점 재검토’라는 의료계의 입장은 요지부동이다. 여야 대표는 의료계의 참여를 한목소리로 호소하는 한편, 정부에도 대화의 물꼬를 터주기를 촉구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재 (여야의정 협의체 관련) 여야 간에 참여 숫자를 비롯해 구성 방식에 대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지금은 해결을 위한 중재와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대화의 전제조건을 걸거나 참여가 막혀서도 안 된다”며 “협의체 의제는 단 하나다. 국민의 건강”이라고 했다. 이어 “구체적으로 의대 정원, 명절 비상 의료 대책, 지방의료와 필수의료의 대책, 예산 등 실용적 논의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승적으로 무엇보다 의료계의 참여를 부탁드린다”며 “야당까지 포함된 협의체이므로 의료계 입장에서 충분한 발언과 논의가 보장된 구조다. (의료계도) 참여해서 이 문제를 같이 해결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한 대표는 정부를 향해 “건설적 논의가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가 전공의에 대한 소환 등 사법적 대응은 신중하게 해달라는 부탁 말씀을 드린다”며 “지금이 해결해야 할 때이고 방법은 대화뿐”이라고 했다.
민주당은 정부를 향해 “소통과 타협이 불가피하다”면서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에서 “이성을 찾아야 한다. 유연한 자세로 대화하고 서로 양보해야 문제가 해결된다. 이제 강공으로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그런데도 한동훈 대표가 말한 여야의정 협의체로 책임을 떠넘기기만 했을뿐 어떻게 하겠다는 입장이 없다”면서 “이랬다 저랬다 아침 따르고 저녁 다르고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오히려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여야의정 협의체는 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생명의 위협을 겪지 않도록 의사들이 하루빨리 병원에 복귀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7개월간 수차례 지적돼온 문제를 정부가 허심탄회하게 인정하고 폭넓게 개방적으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핵심은 의료계가 테이블에 앉는 것”이라며 “의료계가 테이블에 앉지 않는다고 하면 복지위원회 상임위와 다를게 뭐가 있나”라고 했다. 의료계가 참여하지 않으면 여야정이라도 우선적으로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선 “현재로선 차선책도 안 되는 것”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를 만들기 위해 정부의 능력을 보여달라는 것이 저희 입장”이라고 일축했다.
조 수석대변인은 의사업계 참여를 위한 방안으로 “진정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라도 대통령이 사과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조치가 있어야 된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은 응급실 뺑뺑이를 하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아무런 문제 없다. 병원에 가봐라’ 대통령이 큰소리 치게 만들었던 허위보고는 누가 한 것인가. 국민들이 허위보고한 사람에 대해 그냥 놔둘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원점 재검토’ 없이는 합의체에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의료정상화를 위한 대국민 호소문’을 내고 정부에 “2025년을 포함해 모든 증원을 취소하고, 현실적으로 논의가 가능한 2027년 의대 정원부터 투명하고 과학적 추계방식으로 양자가 공정하게 논의해달라”고 재차 제안했다.
의협은 “정부는 의사들의 통일된 안을 가져오라고 하는데 충분한 시간도 주지 않으면서 그런 요구를 하는 것은 일종의 폭력”이라며 “의료계에서 어느 정도 공감대를 얻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2027 정원이 제대로 논의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연도”라고 주장했다.
의협은 또 필수의료정책패키지를 폐기하고 의료정상화를 위해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아울러 “과거 수차례 약속한 의정합의의 결과를 국민 앞에 밝히고 미이행 건에 대한 이행을 약속해달라”고도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