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나쁜 한덕수” “안 변했다” 만담 오간 대정부질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9일 17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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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정치)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09.09. 뉴시스
한덕수 국무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정치)에서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4.09.09. 뉴시스
“제발 옛날의 한덕수로 돌아가라. 지금은 나쁜 한덕수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
“의원님, 저 안 변했다. 제가 왜 변하는가. 왜 변해야 하나” (한덕수 국무총리)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한덕수 총리가 국회 대정부질문 첫날인 9일 20년이 넘는 인연을 언급하며 가벼운 입씨름을 벌였다. 박 의원은 한 총리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로 국회의원들과 싸움을 하고 있다면서 “순했던 한덕수 총리가 의원들 질문에 저돌적으로 변했다”고 말했고, 한 총리는 “그건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사과했다. 훈훈했던 질의와 답변도 잠시, 뒤이어 야당과 총리간 언쟁으로 고성이 오가자 국회의장이 중재에 나서는 등 한바탕 소란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날 정치 분야 대정부질문 첫 질의자로 나선 박 의원은 한 총리에게 “우리 잘 아는 사이 아닌가”라고 운을 뗐다. 이에 한 총리는 “너무나 잘 안다”고 답했다. 두 사람은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2년 청와대에서 비서실장(박 의원)과 경제수석(한 총리)을 지냈다.

박 의원은 “우리가 김대중 대통령을 모시면서 IMF 외환위기도 극복해봤고 스크린쿼터, 얼마나 소신있게 반대했나. 지금은 왜 말 못하나”라며 “그 순한 한 총리가 대통령이 싸우라고 하니 의원들 질문에 저돌적으로 변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발 옛날의 한덕수로 돌아가라. 그것이 나라를 살리는 길”이라며 “옛날에는 좋은 한덕수였는데 지금은 나쁜 한덕수”라고 말했다.

의석에선 웃음이 터져나왔다. 한 총리는 “제가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몸을 낮췄다. 박 의원은 이어 “윤 대통령도 정신차려야 한다” “대통령이 잘못하면 총리라도 잘해야 한다” “대통령이 국회와 국민을 졸로 보기 때문에 총리부터 이렇게 바뀐거다. 잘 생각하라” 등 질책했다. 야당에선 박수가 이어졌다. 한 총리는 이에 “무엇이든 대통령에게 도움이 된다면 하겠다”면서도 “선동을 전제로 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다”고 말했다. 다만 “정신은 항상 차리겠다” “아주 잠을 안 자면서 생각하겠다” 등 재치있게 받아쳤다. 한 총리의 답변에 또다시 곳곳에선 웃음이 나왔다.

박 의원은 윤 대통령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뒤 미국 의원들과 김 여사 생일파티를 열었다면서 “정신 나간 대통령실에서는 사진까지 공개해 국민 염장을 질렀다”고 비판했다. 한 총리는 “제가 보기엔 이제까지 모든 정권에 걸쳐 최고였던 박 의원을 따라갈 사람이 없기 때문”이라고 치켜세웠다. 박 의원도 더이상의 비판은 자제하며 “윤 대통령께 건의해서 나를 데려다 (참모로) 쓰라고 해달라”고 했고, 한 총리는 “그렇게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한 총리는 자리로 돌아가면서도 “이렇게 보니까 너무 좋다”고 말했고 박 의원은 “그럼 삼청동(총리 공관)으로 초청해보라”고 했다. 이에 한 총리는 “사실 국정원장실에서 한 번 부를 줄 알았다”라고 답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국정원장이었던 박 의원이 자신을 초청한 적이 없다고 에둘러 대꾸한 것이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정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9.09. 뉴시스
서영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8회국회(정기회) 제4차 본회의 대정부질문(정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4.09.09. 뉴시스
한편 야당 두 번째 질의자로 나선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대한민국 경제만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2.6%까지 가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몇까지 찍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한 총리는 “작년 한 해 가지고 먹고 사냐. 올해 2.5%, 내년에 2.2%”라고 답했다. 야당 의원들은 “총리! 좀 들어라”고 소리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결국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 자리는 대정부질의하는 자리다. 의원들이 나와서 질의하고 국무위원은 답변하는 자리”라며 “질문자가 질의하면 듣고 답변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한 총리는 자리로 돌아가기 전 서 의원에게 “진실을 말해달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지원 의원#한덕수 국무총리#대정부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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