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北, 대남 전술핵 ‘화산-31’ 건전지 끼우듯 넣어 쏜다”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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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당국 ‘北 소형-표준화 성공’ 평가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 가능
“기습 핵타격 위협 현실화된 것”
北, 美대선 토론 다음날 미사일 도발

북한의 전술핵탄두 ‘화산-31’이 한국 전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 가능하다고 정보당국이 공식 평가한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동아일보 질의에 “북한의 핵무기 소형화 기술이 상당 수준에 도달했다”며 이같이 밝힌 것. 지난해 3월 북한이 이 핵탄두 공개 이후 어떤 미사일에 탑재해도 될 만큼 소형화·표준화됐다고 우리 당국에서 공식 평가한 건 처음이다. 이 평가대로라면 북한은 대남 타격용 단거리탄도미사일 3종 세트인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은 물론이고 근거리 전술유도탄과 같은 핵전력들에 전술핵탄두를 건전지 갈아 끼우듯 실어 신속하게 쏠 수 있게 된다. 북한의 기습 핵타격 위협이 현실화된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시찰 사진과 함께 핵탄두 이름까지 처음 밝히며 화산-31이 전시된 사진을 공개한 바 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 동지가 (전술핵탄두와) 각기 다른 무기체계들과의 호환성 등에 대해 료해(시찰)했다”면서 이 핵탄두가 어떤 미사일에 탑재해도 될 만큼 표준화됐다는 점을 콕 집어 강조했다. 다만 당시 우리 군 당국 등은 내부적으로 북한이 외형만 공개했을 뿐 실제 기술력은 과장했을 것으로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북한 핵탄두 기술이 고도화됐다고 이번에 우리 당국이 공식 평가한 것은 한국에 대한 핵공격 위협이 현실화됐음을 뜻한다.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사거리가 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개발하는 것보다 핵탄두 기술을 업그레이드해 한국 전역을 타격권에 둔 미사일의 기습 타격력을 높이는 게 우리 입장에선 더 위협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조만간 화산-31 등을 실전배치하는 수순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12일 KN-25로 추정되는 대남용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3, 4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다. 73일 만에 다시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선 것으로, 미국의 첫 TV 대선토론 다음 날 발사한 만큼 미 대선을 겨냥한 ‘고강도 도발 릴레이’의 시작점이란 관측도 나온다.

북한 미사일은 360여 km를 비행한 뒤 동해상에 탄착했다고 합동참모본부는 밝혔다. 남쪽으로 쐈다면 대북 킬체인(선제타격)의 핵심 전력인 F-35A 스텔스전투기의 기지(충북 청주)와 충남 계룡대(각 군 본부) 등 우리 군 주요 거점에 닿는 거리다.

“직경 50㎝ 北전술핵탄두, 韓겨냥 대부분 미사일에 탑재 가능”


신형 탄도미사일 8종에 탑재땐
남한 전역이 사정거리에 포함
일각 “탑재와 미사일 능력은 별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27일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하며 핵역량 강화 등을 지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며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재차 지시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27일 전술핵탄두 ‘화산-31’을 공개하며 핵역량 강화 등을 지시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당시 “언제 어디서든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게 완벽하게 준비되어야 한다”며 핵무기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릴 것을 재차 지시했다. 평양=노동신문 뉴스1
흡족한 표정으로 지시 중인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옆에는 전술핵탄두 ‘화산-31’이 일렬로 쭉 배치돼 있다. 핵탄두 옆 벽면에는 설명판들이 액자처럼 나란히 걸려 있다. 설명판들에는 화산-31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는 물론 한국과 주일 미군기지를 겨냥한 순항미사일 ‘화살-1형’ ‘화살-2형’ 등에 각각 장착된 그림이 담겨 있다.

● 대남 미사일에 레고처럼 갈아 끼워 탑재 가능

지난해 3월 북한 관영매체는 이러한 모습이 담긴 사진을 전격 공개했다. 북한이 핵탄두 이름을 공개한 건 처음으로, 당시 확인된 화산-31만 최소 10기 이상이었다.

북한이 이 사진을 보란 듯 노출하자 우리 정부 안팎에선 파장이 컸다. 적어도 사진으로는 북한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이 핵탄두의 소형화·표준화 기술력이 확인된 것처럼 보여서다. 다만 당시 합동참모본부는 “(전술 핵탄두 등) 핵 능력의 전력화가 완료됐다고 평가하려면 실제와 동일한 환경에서 실험해야 한다”며 “아직 북한에서는 그런 것들이 확인된 게 없다”고 했다. 북한의 전술 핵탄두 표준화 주장 등이 다소 과장됐을 가능성을 제기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 정보당국이 화산-31에 대해 “한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판단한 건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기술은 물론, 표준화 기술에 대해서도 인정할 만한 유력한 근거를 확보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다만 언제 어떤 방식으로 해당 근거를 확보했는지 등은 기밀인 만큼 구체적으로 확인해주지 않았다.

정보당국의 평가대로라면 북한은 화산-31을 레고 블록을 바꿔 넣듯 신형 미사일들에 갈아 끼울 수 있다. 단순 핵 보유를 넘어 마음만 먹으면 핵전력 실전 운용까지 즉각 할 수 있다고 과시한 북한의 주장이 어느 정도 현실화됐다는 의미다.

북한이 남한 타격용으로 개발한 KN-23·24·25 등 신형 탄도미사일 8종에 화산-31을 탑재하면 한국 전역에 대한 핵타격 위협이 현실화된다. 북한이 개량을 거듭하고 있는 KN-23은 최대 사거리가 800km로 남한 전역이 사거리에 포함되고도 남는다. KN-24와 KN-25 역시 각각 최대 사거리가 600km, 400km여서 한국 전역이 타격권이다. 북한이 12일 오전 7시 10분부터 평양 일대에서 4발 안팎 발사한 KN-25는 이날 360여 km를 비행했는데, 휴전선 인근에서 핵탄두를 탑재해 쏠 경우 남한 전역이 사정권에 들어온다.

최대 사거리가 110km 안팎으로 알려진 근거리 전술유도탄(CRBM)에 화산-31을 탑재해 북한 전방 지역에서 대거 발사할 경우 대통령실과 정부서울청사 등 핵심 시설이 모여 있는 수도권이 집중 핵타격 표적이 될 수 있다.

북한은 앞서 지난달 4일 전방에 배치할 신형 전술 탄도미사일 발사대 250대를 운용 부대에 인도하는 행사를 열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미사일 발사대는 한 대에 발사관 4개를 갖추고 있어 산술적으로라면 250대를 모두 가동할 경우 한 번에 1000발 무더기 발사가 가능하다.

● 타원형 핵폭발 장치 넣으면 위력 더 커져

북한이 공개한 화산-31의 직경은 50cm 수준이었다. 외형상으로도 통상 핵탄두 소형화 기준(직경 90cm, 탄두 중량 1t 수준)은 충족하고도 남은 것. 북한은 당시 플루토늄 등 핵물질이 들어 있는, 탄두의 핵심인 핵폭발 장치 외형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둥근 ‘구’ 형태의 핵폭발 장치가 들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선 북한이 미국식 ‘타구(타원형의 구)’ 형태의 핵폭발 장치를 개발해 화산-31에 넣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럴 경우 내폭 화약을 더 빽빽하게 채울 수 있어 폭발 위력이 크게 증대된다.

다만 일각에선 북한이 핵무기를 활용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양한 미사일에 전술핵탄두를 건전지 갈아 끼우듯 자유자재로 탑재할 수 있는 능력과 핵탄두가 탑재된 미사일을 실제 발사해 위력을 입증하는 건 별개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전술핵탄두#미사일#화산-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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