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18일 한국 전역을 겨냥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기습 발사했다. 핵물질인 고농축우라늄(HEU) 제조시설을 최초 공개한지 5일 만에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을 쏘며 대남 핵·미사일 위협 수위를 끌어올린 것. 앞서 정보당국은 북한이 전술핵탄두 ‘화산-31’을 한국 전역을 겨냥한 대부분의 신형 미사일에 탑재 가능한 수준으로 소형화·표준화했다고 공식 평가까지 한 바 있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우리 군은 오전 6시 50분경 평안남도 개천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단거리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포착했다”며 “미사일은 약 400km를 비행했다”고 밝혔다. 미사일은 30분가량 시차를 두고 발사됐으며 동해안에 낙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미사일은 4.5t급 초대형 재래식 모의 탄두를 장착한 전술 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형(북한식 명칭)일 가능성이 군 안팎에서 제기됐다. 이 미사일은 탄두 무게를 늘리고 사거리는 줄이는 식으로 KN-23을 개량한 기종으로 최대 사거리는 한국 전역을 타격 가능한 600km가량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은 내달 1일 전략사령부를 공식 출범시킨다. 합동참모본부 예하의 전략사령부는 북한 핵·대량살상무기(WMD) 위협에 대응하는 콘트롤타워 역할을 맡게 된다.
北, 대남 핵·미사일 위협을 가속화하겠다는 신호탄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로 가득한 핵물질 제조 시설을 추석 연휴 직전인 13일 최초 공개한 북한이 연휴 마지막날인 18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건 한국을 겨냥한 대남 핵·미사일 위협을 가속화하는 신호탄이란 관측이 나온다.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전술핵무기 제작에 필요한 핵물질 생산에 총력을 집중하라”고 했다. 대남용으로 소형화된 핵무기 개발 속도를 높이라고 지시한 것. 이후 18일 발사한 단거리 탄도미사일은 초대형 재래식 탄두 장착이 가능한 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군 안팎에서 보고 있다. 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한 북한이 재래식 탄두는 초대형으로 개발하는 등 ‘투트랙’ 도발 의도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것. 북한은 이처럼 핵·재래식 전력으로 번갈아 위협하며 향후 대남 위협 수위를 급격하게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 ‘북한판 괴물미사일’로 서울 초토화 의도
앞서 7월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라 불리는 KN-23 개량형으로 추정되는 미사일 2발을 발사해 1발을 최대 사거리인 600km 이상 비행시키는 데 성공한 바 있다. 당시 북한은 이 미사일의 탄두 중량이 4.5t급 초대형 탄두라고 주장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역시 KN-23 개량형 추정 미사일을 발사했지만 이 미사일은 400km가량만 날아갔다. 이에 군 안팎에선 북한이 사거리를 줄이는 대신 모의 탄두 무게는 4.5t보다 더 늘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우리 군이 보유한 ‘현무-5’는 탄두 중량만 8t이 넘어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탄두를 장착한 ‘괴물 미사일’로 불린다. 이 ‘현무-5’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북한판 괴물 미사일’이라 부를만한 고중량·고위력 탄도미사일을 이번에 시험했을 수 있다는 것. 우리 군은 북한이 남침해 올 때 현무-5 미사일 20~30발로 평양을 초토화한다는 대량응징보복(KMPR)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북한 역시 ‘북한판 괴물 미사일’ 수십 발을 쏟아부어 서울을 초토화한다는 계획하에 지속적으로 탄두 중량 등 미사일 업그레이드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대남 타격용 단거리탄도미사일 3종 세트인 KN-23, ‘북한판 에이태큼스’(KN-24), ‘초대형 방사포’(KN-25) 등 핵전력들에 건전지 갈아 끼우듯 쏠 수 있게끔 전술핵탄두를 소형화·표준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최근 우리 정보당국이 공식 평가했다. 북한은 이러한 핵전력에 더해 파괴력을 극대화한 초대형 재래식 탄두 탄도미사일 등 고위력 재래식 무기도 노골적으로 과시하고 있다. ‘투트랙 대남 위협 전략’으로 관계가 악화된 한국을 겨냥해 전방위 압박에 나서고 있는 것.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재래식·핵전력을 혼합한 ‘배합전’을 통해 한국을 점령할 것이란 의도를 북한이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은 12월 김 위원장이 “유사시 핵무력을 포함한 모든 물리적 수단과 역량을 동원해 남조선(한국)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에 박차를 가하겠다”며 대남 적대화 정책 의지를 노골적으로 내비친 바 있다.
한동안 수해 피해 대응에 역량을 집중한 북한은 이제 한국은 물론 11월 미 대선을 앞두고 한미를 동시에 겨냥한 도발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KN-23 개량형 미사일의 최종 실전배치를 위한 시험발사부터 우선 나설 거란 관측도 나온다.
● 군, 전력자산 통합 지휘 전략사 출범
우리 군 당국이 내달 1일 출범시킬 전략사는 현무 계열 탄도미사일과 스텔스 전투기 등 우리 군 전략자산을 통합 지휘하게 된다. 북한 핵·WMD 위협 등을 억제하는 임무를 맡는 것. 다만 군 당국은 전면 실시 중인 대북확성기 방송 외에는 북한 도발에 대한 직접적인 추가 대응은 자제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우리가 추가 군사적 대응에 나서는 건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추가 발사할 명분만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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