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2022년 대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징역 2년을 구형했다. 2022년 9월 검찰이 이 대표를 재판에 넘긴 지 2년 만이다. 재판부가 선고기일을 11월 15일로 정하면서 이 대표가 받고 있는 4개의 재판 중 가장 먼저 1심 판결 일정이 잡혔다.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4부(부장판사 한성진) 심리로 열린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대선 과정에서 대통령 당선을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반복적으로 거짓말을 해 사안이 중대하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반면 이 대표는 재판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이 권력을 남용해 증거도 조작하고 사건도 조작했지만 모든 일이 역사에 남고 국민과 법원이 판단할 것”이라고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사필귀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대선후보였던 2021년 한 방송에 나와 대장동 사업 실무를 맡은 고 김문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1처장에 대해 “하위 직원이라 시장 재직 때는 몰랐다”고 하는 등 허위사실을 공표한 혐의를 받는다.
민주당은 “공작 수사를 통한 정치 탄압”이라고 반발했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검찰이 검찰 독재 정권의 든든한 사냥개 역할에만 집중했다”며 “머지않아 정치검찰 해체를 검찰 스스로 재촉한 사실을 확인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있던 고의적 거짓말에 대한 통상적 형사재판이고, 통상적 구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통상적 결과가 날 걸로 생각한다”고 했다.
李 “檢, 범죄에 가까운 위조” 檢 “李, 거짓말로 국민 선택 왜곡”
李 “김문기 모르는데 사진증거 위조” 檢 ‘그 사람을 몰라요’ 가사로 반박 벌금 100만원 확정땐 대선 못나가
검찰은 징역 2년을 구형한 이유에 대해 “선거의 공정성과 민주주의라는 헌법 가치를 지키려면 거짓말로 유권자 선택을 왜곡한 데 대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파성이 높은 방송에서 거짓말을 반복했기에 유권자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하다”며 “오로지 범행의 중대성과 죄질, 범행 결과, 범행 후 정황, 동종 전과, 법원의 양형 기준으로 구형했다”고 했다.
최후진술에 나선 이 대표는 혐의를 전면 부인하면서 “검찰이 공권력과 기소권, 수사권을 남용해서 이렇게 만드는 게 온당한 것이냐”며 “인권의 최후 보루,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인 사법부가 객관적·실체적 진실에 따라서 합리적인 판단을 해주실 것을 믿는다”고 밝혔다.
● 檢 “엄중 처벌 필요” vs 李 “검찰이 증거 위조”
이 대표는 2021년 10월 경기도 국정감사에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를 녹지에서 준주거지역으로 4단계 높여준 것을 두고 “(국토교통부가 용도변경을 하지 않으면) 직무유기 등으로 문제 삼겠다고 협박했다”고 허위 발언을 한 혐의도 받고 있다.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3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는데, 지금까지도 협박을 받은 성남시 공무원이 누구인지, 협박을 한 국토부 공무원은 어떤 사람인지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특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피고인 신문에서 이 대표는 “수년간 걸친 이야기에 대해 (국정감사 답변 시간인) 7분 안에 답변해야 해 압축적으로 하다 보니 이야기가 좀 꼬인 건 있다”며 “압박을 한 근거, 내용을 다 설명할 수 없으니 말이 좀 꼬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내가) ‘국토부 공무원이 직무유기로 문제 삼겠다’ 이렇게 표현한 건 아니고, ‘이런 식으로 압박을 하더라. 직무유기 이런 걸 문제 삼겠다’ 이렇게 표현했다”며 “누가, 언제 이렇게 (했다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한 게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성남시 공무원들이 일치단결해 (국토부 압박을 받지 않았다고) 피고인을 음해할 이유가 있느냐”는 검찰 질문에 “검찰이 무서웠겠죠”라고 답하기도 했다.
검찰은 김 전 처장과 이 대표의 관계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2021년 김 전 처장 사망 직전까지 객관적으로 확인된 것만 무려 12년에 걸쳐 교유(交遊) 행위를 한 사이”라며 “시장 시절 해외 골프와 낚시 등 매우 특별한 경험을 해 절대 잊을 수 없는 기억임에도 금방 탄로날 거짓말을 한 것은 당시 피고인이 대선 후보로 출마한 상황이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가수 이문세의 곡 ‘사랑이 지나가면’을 인용하며 “‘그 사람 나를 보아도 나는 그 사람을 몰라요. 그대 나는 알아도 나는 기억을 못 합니다’라는 노랫말이 피고인 입장과 같다”고도 했다.
이 대표는 최후진술에서 “내가 하지도 않은 말을 (검찰이) 만들어 냈고, 이런저런 해석을 덧붙여서 기소했다. 범죄에 가까운 일”이라며 “검찰은 (김 전 처장과 관련해) 내 블로그에서 사진을 가져왔는데, 8명이 있는 사진에서 3명만 잘랐다. 증거 위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것은 최소한 이 사건만큼은 제 기억에 어긋나는 거짓말을 일부러 한 적이 없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 벌금 100만 원 이상 형 확정 시 대선 출마 불가능
이 재판은 2022년 9월 8일 검찰의 기소 후 결심 공판까지 2년이나 걸렸다. 공직선거법 재판은 6개월 안에 1심을 끝내는 게 원칙이지만, 이 사건은 재판부가 교체되고 이 대표가 단식투쟁을 벌이다가 병원에 입원하는 등 재판이 한동안 중단되면서 길어졌다.
11월 15일 선고 공판에서 벌금 100만 원 이상의 형을 받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이 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된다. 특히 5년 동안 공직 선거에 출마할 수 없어 2027년 대선 출마도 불가능해진다. 민주당도 2022년 대선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431억 원을 반환해야 한다.
법조계에선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표는 이 재판 외에 △위증교사 △대장동·백현동·위례·성남FC 의혹 사건 △쌍방울그룹 대북송금 의혹 재판도 받고 있는데, 위증교사 사건의 결심 공판은 30일 열린다. 통상 결심공판 한 달여 후 선고기일이 잡히는 것을 감안하면 위증교사 사건 역시 늦어도 11월 중에는 1심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서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어도 이 대표는 피선거권을 5년간 잃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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