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대선 때 허위 사실을 발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20일 징역 2년을 구형한 것에 대해 민주당은 “사건을 조작한 정치검찰의 터무니없는 구형”이라고 반발했다. 당내에선 “검찰이 예상보다 훨씬 센 징역형을 구형했다”는 당혹스러운 반응과 함께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재점화되는 것 아니냐는 긴장감도 감지됐다. 다만 친명(친이재명)계는 물론이고 비명(비이재명)계 내에서도 “아직 구형 단계인 만큼 이 대표의 리더십에 당장 영향을 미치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분위기다.
민주당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검찰의 구형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은 억지 기소, 진술 조작, 공소장 변경, 방어권 침해, 객관의무 위반 등 상상을 초월하는 불공정·불법 수사와 기괴한 말과 논리로 이 대표를 말 그대로 ‘사냥’했다”며 “온갖 불법적이고 불공정한 수사를 해놓고 뻔뻔하게도 무도한 형량을 구형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검찰의 구형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친위 쿠데타”로 규정하며 “검찰 스스로가 사회적 흉기이자 암적 존재임을 선언한 것”이라고 했다. 대책위 차원에서 검찰의 사건 조작 의혹에 대한 고발도 검토하겠다고 했다.
이에 맞서 국민의힘은 “사법적 정의의 구현이야말로 사필귀정”이라며 법원에 대한 압박에 나섰다. 김연주 대변인은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범죄 혐의가 있다면 반드시 법의 심판을 통해 바로잡혀져야 하는 것이 순리”라며 “앞으로 사법부는 오로지 증거와 팩트, 법리에 의거해 빠르게 결론을 내야 한다”고 했다. 같은 당 신동욱 원내수석대변인도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한다”며 “법원의 신속하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결심 공판에 이어 1심 선고, 위증교사 의혹 사건의 결심 공판 등이 이어지면서 야권에선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부상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대선 때부터 제기된 이 대표를 둘러싼 각종 의혹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이 가시화되면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인 국민의힘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부각해 국면 전환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양형 정도에 따라 이 대표의 대선 주자 위상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당내에서 대선 전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친명계 핵심 관계자는 “양형 기준이 있기 때문에 판사들도 검찰의 보여주기식 구형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친명 중진 의원은 “지지층은 오히려 더 결집할 것”이라며 “재판에서 무죄 또는 검찰 구형보다 한참 수위가 약한 결과가 선고될 경우 검찰의 ‘정치보복’에 대한 국민 반발이 확산되고, 결과적으로 이 대표 지지율이 오르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비명계 관계자는 “구형이 예상보다 세게 나온 만큼 판결을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당장 야권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이 대표의 대세론에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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