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 대통령 “추가 원전도 韓과 협력 고려”…尹 “이젠 팀 체코리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1일 00시 30분


코멘트
체코를 공식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각) 프라하 한 호텔에서 열린 한-체코 비즈니스포럼에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과 함께 입장해 착석하고 있다. 2024.09.20. [프라하=뉴시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이 체코를 공식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네덜란드와 슬로베니아, 슬로바키아, 폴란드 같은 나라들이 원전을 개발할 계획이 있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과 협력할 잠재력이 크다. 체코에서 (원전) 협력이 성공한다면 제3국으로 (공동) 진출을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파벨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프라하에서 열린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두코바니 원전 건설에 대해 “(이번 사업 계약이 최종) 체결된다면 (한국과) 추가로 테멜린 신규 원전 사업(협력)을 생각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체코는 두코바니 원전 2기에 이어 테멜린 2기 원전 수주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파벨 대통령은 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수원의 (두코바니 원전) 사업 최종 수주에 낙관적이며, 이 사업이 양국 관계 발전의 새로운 기반이 되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파벨 대통령은 언론 인터뷰에서도 “두코바니 프로젝트뿐 아니라 다른 유럽 국가들, 특히 중앙 및 동유럽 국가들로 (양국 원전 협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20일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와 회담 및 업무 오찬을 갖고 우크라이나 재건·고속철도·배터리 등 협력 양해각서(MOU) 등을 체결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피알라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두코바니 원전 사업 참여를 계기로 원전 건설을 넘어 공동 연구개발과 인력 양성으로 이어지는 포괄적인 원자력 협력을 제도화해 나가겠다”며 “전략적 동반자인 한국과 체코가 앞으로 100년을 함께 내다보는 ‘원전 동맹’으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과학기술 협력과 관련해 “핵연료 기술, 합성신약, 인공지능(AI)과 같은 분야에서 양국의 공동 연구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향후 10년간 3700만 달러 규모의 재원을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

피알라 총리도 “신규 원전 건설은 양국의 전략적인 관계 및 경제 협력을 획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계기”라며 “최신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희망하고 그 혁신기술 연구개발 분야에서 협력을 공동연구 협력을 원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날 체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두코바니 원전 건설 최종 계약 가능성에 대해 “체코 총리나 대통령, 내각의 책임자들과 어제 오늘 긴 시간 대화를 하면서 느낀 것은 한국이라는 파트너 이외에 다른 대안은 지금 머릿속에 전혀 없다는 것”이라며 “양국이 반드시 성공적으로 결론 짓고 또 앞으로 수십 년간의 양국의 원전 동맹이 다른 전방위 전략산업 분야로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어 갈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두코바니 원전 건설이라는) 첫 번째 단계가 잘 진행된다면 동일한 파트너와의 협력을 계속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본다.”

페트르 파벨 체코 대통령은 19일(현지 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여전히 한국의 제안을 모든 평가 기준에서 가장 우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24조 원 규모의 두코바니 원전 5·6호기 외에 체코 당국이 추가로 발주 예정인 테멜린 지역 원전 3·4호기 건설 사업에 대해 한국의 수주 가능성을 시사한 것이다. 페트르 피알라 체코 총리도 20일 한국의 테멜린 원전 수주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에 따라 내년 3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최종 계약이 체결되면 한-체코 원전 사업 협력 확대는 물론이고 네덜란드, 폴란드 등 제3국 원전 사업 진출의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양국 정상 “지재권 분쟁, 성공 해결 믿는다”

윤 대통령과 파벨 대통령은 19일 오후 6시 15분부터 체코 프라하시 프라하궁에서 공식 환영식을 시작으로 정상회담과 공식 만찬까지 5시간 동안 만났다. 파벨 대통령은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이번 (두코바니 원전 사업) 입찰은 체코 산업계에는 매우 중대한 기회”라며 “체코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1만5000개 일자리를 창출했다. 만약에 신규 원전 건설에 대한 계약이 체결된다면 일자리 창출 효과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수력원자력과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지식재산권 분쟁이 최종 계약의 막판 변수로 꼽힌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한국과 미국 양국 정부는 원전 협력에 대한 확고한 공감대를 서로 공유하고 있다”며 “이 문제는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때처럼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고 확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벨 대통령도 “그 문제가 성공적으로 해결되리라고 믿는다”며 “나쁜 시나리오도 고려하고 있으나 그 가능성은 그렇게 높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체코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직 (웨스팅하우스)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상황은 아니다”라면서도 “‘글로벌 원전 르네상스’란 표현이 나오는 이 시점에 한국과 미국이 공조해서 조인트 파트너십을 구축해야겠다는 데는 깊은 공감대가 있다”고 말했다.

● 원전 건설-운영 전 주기 협력 MOU 체결

윤 대통령은 체코 방문 이틀 차인 20일 오전 한-체코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이제는 ‘팀 코리아’에서 나아가 ‘팀 체코리아(Czech-Korea)’가 돼 ‘원전 르네상스’를 함께 이뤄 나가자”며 “원전 분야의 협력 모멘텀을 산업 전반으로 살려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피알라 총리와 함께 플젠시로 이동해 두산스코다파워에서 열린 ‘원전 전 주기 협력 협약식’에 참석했다. 두산스코타파워는 체코, 슬로바키아, 핀란드, 독일 등 유럽 지역의 원전 26기에 터빈을 공급한 업체로 2009년 두산에너빌리티에서 인수했다.

윤 대통령과 피알라 총리는 두코바니 원전 사업 최종 계약이 체결되면 두산스코다파워에서 생산한 터빈을 사용하기로 하는 등 13건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터빈에 장착되는 블레이드(회전날개)에 함께 서명했다. 피알라 총리는 축사에서 “(터빈과 블레이드가) 체코에서, 더 나아가서 국제적으로 다른 원자력발전소에도 공급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며 “두코바니 원전과 테멜린 원전 건설 이후에도 체코와 한국의 관계는 더욱더 돈독해지며 그 이후에도 협력할 기회는 충분히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피알라 총리와의 회담 및 업무오찬을 마친 윤 대통령은 체코 상·하원 의장 접견과 동포 만찬 간담회를 끝으로 체코 공식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윤 대통령은 21일 오전 출국해 22일 오전 귀국할 예정이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