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서먹한 시진핑에 답전 보냈지만…‘협조’ ‘협력’ 표현 빠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9월 22일 15시 57분


2019년 6월 1박 2일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한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 환영식에서 시진핑 주석과 악수하는 모습. 2019.6.17 노동신문=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 9월 9일 북한 정권수립일을 축하하는 전문을 보낸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고 22일 북한 관영매체가 밝혔다. 그런데 김 위원장이 보낸 답전에는 지난해와는 달리 북중 간의 ‘협조’나 ‘협력’ 같은 표현이 빠져 있어 최근 북중 사이의 불편한 기류가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북한 관영매체인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이달 15일자로 시 주석에게 답전을 보냈다고 22일 밝혔다. 374자 분량의 짤막한 답전에는 “오랜 역사적 전통을 가진 북중 친선을 끊임없이 발전시켜 나가는 것은 두 나라 인민의 공동 염원”이라며 “공동의 위업 수행에서 계속 훌륭한 결실이 이룩되리라 믿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과거 김 위원장이 시 주석에 보냈던 답전에 포함돼있던 “적대 세력들에 대한 공동 투쟁”, “동지적 단결 협력”을 강조하는 문구들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답전에는 올해가 ‘북중 친선의 해’라는 점에 대한 언급 없이 “중화인민공화국 창건 75주년을 맞는 뜻깊은 올해”라는 표현만 섰다. 앞서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은 올 1월 1일 신년 서한을 교환하면서 수교 75주년인 올해를 ‘북중 친선의 해’로 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 권력서열 3위인 자오러지(趙樂際)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이 올 4월 평양에서 열린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행사에 참석한 뒤로는 고위급 교류나 행사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김 위원장의 답전 내용을 두고 “북한이 중국에 대한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올 6월 북한과 러시아가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신냉전 수준으로 회귀하는 조약까지 체결하며 밀착하자 중국이 북한 길들이기에 나섰고, 북한이 이에 반발하면서 양국 간 불편한 기류가 이어지고 있다는 의미다.

김 위원장과 시 주석이 축전을 비롯한 서한을 공개적으로 주고 받은 것도 올 1월 1일 이후 8개월 만이다. 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북중은 올 4월 ‘북중 친선의 해’ 개막식 당시에도 축전을 교환하지 않았고, 지난달 북한의 압록강 일대 대규모 수해 피해 당시에도 위로 전문을 주고 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외교 소식통은 “북중이 매년 10여 차례 서신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과시했던 것에 비하면 최근 관계가 소원해진 것”이라며 “북한이 핵실험 등 중국이 부담스럽게 여기는 행동을 하면 할수록 북중 간 틈은 더욱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시진핑#답전#북중 관계#불편한 기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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