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여당, 두 달 만에 만찬 회동
윤석열 대통령이 24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를 비롯해 여당 지도부를 서울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해 만찬을 함께 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공식 회동은 국민의힘 신임 당 지도부를 초청한 7월 24일 만찬 이후 62일 만이다. 만찬은 90분간 진행됐으며,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 성과 등의 대화가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찬은 용산 대통령실 앞 분수정원에서 진행됐다. 여당에서는 한 대표를 비롯해 추경호 원내대표, 장동혁·김재원·인요한·김민전·진종오·김종혁 최고위원, 김상훈 정책위의장, 서범수 사무총장 등 14명이 참석했고, 대통령실에서는 정진석 비서실장, 성태윤 정책실장, 신원식 국가안보실장, 수석급 참모진 등 12명이 자리했다.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은 만찬 성격에 대해 “새롭게 구성이 완료된 당 지도부를 처음으로 초청해 상견례와 함께 당 지도부를 격려하고 화합을 다지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한 대표는 만찬 예정 시간보다 약 23분 빠른 오후 6시 7분경 도착했다. 윤 대통령이 오후 6시 30분경 분수정원에 도착하자 한 대표와 추 원내대표, 정 비서실장이 영접했고 윤 대통령은 이들 중 한 대표와 가장 먼저 악수를 나눴다. 윤 대통령은 세 사람과 함께 만찬장으로 이동했고, 참석자들은 윤 대통령이 도착하자 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은 식사가 시작되기 전 “여기 처음이시죠? 지난주까지만 해도 너무 덥고, 다음주 되면 더 추워져서. 저도 여기서 만찬을 해야지 생각만 했는데 2022년 분수정원이 만들어진 후 2년 만에 처음으로 이렇게 함께 먹게 됐다”고 했다.
만찬 회동에 참석자들은 노타이 정장 차림이었다. 만찬 메뉴는 한식이며, 술을 마시지 않는 한 대표를 위해 만찬주 대신 오미자차가 준비됐다. 윤 대통령은 “우리 한 대표가 고기를 좋아해서 소고기와 돼지고기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어 “원래는 바비큐를 직접 구우려고 했었다”며 지난 5월 대통령실 출입 기자들과 만찬한 일화를 언급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정 실장과 직접 고기를 굽고 계란말이를 만들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그날 (계란말이가) 잘 안 되더라”고 말해 참석자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식사 자리에선 여야 관계와 국정감사, 체코 방문과 원전 생태계 등의 대화 주제가 오갔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은 참석자들에게 “이제 곧 국감이 시작되나”라며 “여소야대 상황에서 고생이 많다”고 격려했다. 또 체코 순방 성과를 설명하며 “세계적으로 원전시장이 엄청 커지면서 체코가 우리와 함께하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기에 24조 원을 덤핑이라고 비판하는데 말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한 대표도 관심 있는 사안에 대해 언급하거나 윤 대통령에게 질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질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식사가 끝난 뒤 참석자들에게 “커피 한 잔씩 하자”고 요청했다. 한 대표에게는 “뭐 드시겠나”라고 물었다. 윤 대통령이 아이스 음료를 주문하자 한 대표는 “감기 기운 있으신데 차가운 것을 드셔도 괜찮으시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이에 윤 대통령은 “뜨거운 것보다는 차가운 음료를 좋아한다”고 답했다. 만찬은 약 90분간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고 대통령실은 전했다. 윤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분수공원에서 ‘국민을 위하여’라는 구호와 함께 박수를 치며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윤 대통령은 “재선, 3선 의원들과도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다”며 다음 모임을 기약했다.
만찬 회동 직전까지 대통령실과 한 대표는 ‘독대 요청’이 언론에 공개된 것을 두고 불쾌감을 감추지 않으며 신경전을 벌였다. 한 대표는 만찬 회동 전에 독대를 통해 의정 갈등과 김건희 여사 문제 해결 등을 윤 대통령에게 요구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전날 한 대표 측을 향해 “언론을 통해 독대를 요청하느냐”며 사실상 독대를 거부했다. 이에 한 대표는 24일 ”여당 대표가 대통령 독대를 요청했다는 게 보도되면 안 되는 사실인가“라고 맞받았다. ‘김 여사 관련한 사안도 비공개로 논의하냐’는 질문엔 “여러 중요한 (논의) 사안이 있는데, 그것도 그 중 하나”라고 답했다.
조혜선 동아닷컴 기자 hs87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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