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가격 10배 뛸때 한번도 안올라
정치 쟁점 돼 제대로 대응 못해”
한덕수 국무총리가 25일 최근 전기요금이 동결된 것 등을 두고 “에너지값은 원가를 반영해서 상당한 수준으로 (에너지) 소비를 억제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와 한국전력이 이달 23일 4분기(10∼12월) 전기요금을 동결한 가운데 총리가 직접 장기적으론 국제 에너지 원가를 반영해 요금을 올리고 국민들이 에너지 소비를 줄이도록 유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분명히 한 것이다.
한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지난 정부에서 가스 요금은 국제가가 10배 오르는 동안 한 번도 오르지 않았고, 전기요금도 (원가를 반영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나라 에너지값은 외국에 비해 굉장히 싸다는 것이 불편한 진실”이라며 “에너지 소비가 (그만큼 외국보다) 많이 이뤄진다는 것으로 기후 변화 대응을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총리는 “이제는 에너지값이 해외 에너지 가격에 따라 바뀌어야 하는데 굉장한 정치 쟁점이 돼버렸고 모든 언론과 정치권이 반대하는 일이 됐다”며 “이렇게 계속 끌고 가기는 어렵고 (요금 인상과 관련해) 국민적 논의에 부쳐봐야 한다”고도 했다. 다만 전기·가스요금을 사실상 정부가 결정하는 현 체계는 적절치 않을 수 있다면서 전문가들이 독립적으로 요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체계를 도입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기요금은 2013년 11월 5.4% 인상된 이후로 2022년 3월까지 9년 동안 동결됐다. 문재인 정부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2021년부터 치솟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지 않고 원가 이하로 전력을 공급하면서 한전의 부채도 급등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2022년 7월과 10월, 2023년 1월, 5월, 11월(산업용) 등 총 5차례 전기요금을 올렸지만 한전의 총 부채는 올 6월 말 기준 200조 원을 넘기는 등 악화 일로다.
고도예 기자 yea@donga.com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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