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이번 주 야당 단독으로 국회를 통과한 ‘김건희 특검법’과 ‘채 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는 취임 후 24번으로 늘어난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음 달 4일 본회의를 열고 곧장 재표결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29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정부는 30일 국무회의에서 세 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할 예정이다. 19일 민주당 등 야당 단독으로 본회의를 통과한 세 법에 대해 윤 대통령은 15일 이내인 다음 달 4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 의결 당일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대통령실은 이미 세 법에 대해 “반헌법적, 위법적인 법안”이라며 거부권 행사를 예고한 바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23일 “김 여사 특검법은 사실상 야당에서 수사를 지휘하는 법안으로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위반한다”고 했고,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서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이미 수사 중”이라고 했다. 지역화폐법에 대해서도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강제해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하고, 헌법상 정부의 예산 편성권을 침해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앞두고 “국회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삼권분립의 헌법정신을 무력화하는 것이 바로 독재”라고 압박하고 나섰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2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앞에서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거부권 반대 행사에 참석해 “윤석열 정권 들어 거부권 행사만 21번”이라며 “이승만이 임기 동안 세운 45번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기록이자 민주화 이후 최다 기록”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검사 출신 대통령이 대놓고 ‘김건희 방탄’에 앞장서는 게 나라인가”라며 윤 대통령에게 김건희 특검법을 수용할 것을 압박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29일 브리핑에서 “의혹 앞에 선 대통령 부부에게 남은 길은 특검법 수용뿐”이라며 “특검법 거부는 통제 불가 무소불위 비선출 권력인 대통령 부인의 국정농단에 대한 방조행위”라고 했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세 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음 달 4일 본회의를 열고 재의 표결에 나설 계획이다. 민주당 원내 관계자는 “국정감사 기간 김건희 여사에 대한 의혹들을 집중적으로 다룰 예정이기 때문에 재의결을 미룰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국정감사 이후 국정조사 추진과 장외 집회 등을 통해 이슈를 이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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