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김건희 특검법, 채 상병 특검법 등 이른바 ‘쌍특검법’과 지역화폐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세 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 행사를 건의하는 안건을 상정해 심의·의결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수해 현장에서 실종자 수색 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모 상병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채 상병 특검법이 국회 문턱을 넘은 것은 이번이 3번째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더불어민주당과 비교섭단체가 2명으로 압축하고 대통령이 1명을 임명하도록 했으며, 야당에 특검 비토권을 부여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21대 국회에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및 재표결을 거쳐 폐기된 바 있다. 이번에 재상정된 김건희 특검법은 기존 법안에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에 더해 김 여사의 22대 총선 공천 개입 의혹을 추가해 8가지 의혹을 수사 대상에 포함시켰다.
정부는 채 상병 특검법에서 특별검사를 사실상 야당이 선출하도록 하는 법 조항은 헌법의 삼권분립 대원칙을 위반해 위헌적이라는 입장이다.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자를 추천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특검 후보군을 2명으로 추리고 대통령이 이를 임명토록 한 조항은 야당의 정치적 의도에 들어맞는 인사를 특검으로 임명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공정성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김건희 특검법에서 대통령이 특검 후보자 추천을 받은 날부터 3일 이내에 특검을 임명하지 않는 경우 후보자 중 연장자가 특검으로 임명된 것으로 간주하는 규정은 대통령의 임명권을 박탈하는 것이라고도 지적했다.
한 총리는 “폐기된 법안들에 대해 야당이 그때마다 위헌성이 한층 가중된 법안들을 또다시 밀어붙이는 의도를 합리적인 국민들께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건의 진실 규명이 아닌 반복된 재의요구권 행사를 유도하는 위헌적이고 정쟁형 법안에 대해서는 어떤 타협도 없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역화폐법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지역사랑상품권의 운영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의무화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 법안은 지역화폐로 25만~35만 원을 지급하는 ‘이재명표’ 민생회복지원금법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정부는 지역화폐법이 지역사랑상품권 발행을 강제하는 등 지자체의 자치권을 침해하는데다가 정부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어 위헌적 법안이라는 입장이다. 한 총리는 “민생에는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다”면서도 “그러나 충분한 논의없이 마련된 이 법률안은 민생을 살리기보다는 지역에 혼란을 초래하고, 국민의 혈세만 낭비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법안 통과 15일 이내인 다음 달 4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후 총 24개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된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세 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다음 달 4일 본회의를 열고 재표결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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