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약’…정치권에선 통용되지 않는 격언[황형준의 법정모독]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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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극작가 페터 한트케의 희곡 ‘관객모독’. 십수 년 전에 본 이 연극을 떠올린 건 독자들과 소통하는 방법 때문입니다. 신성한 관객에게 물을 뿌리고 말을 걸어도, 그가 연극의 기존 문법과 질서에 저항했든, 허위를 깨려 했든 모독(冒瀆)으로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필자는 정치부와 사회부에서 10년 넘게 국회와 청와대, 법원·검찰, 경찰 등을 취재했습니다. 이 코너의 문패에는 법조계(法)와 정치권(政)의 이야기를 모아(募) 맥락과 흐름을 읽어(讀)보겠다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가끔 모독도 하겠습니다.》

슬픔에 빠져 있거나 시련이나 실연을 겪는 이들에게 우리는 흔히 “시간이 약”이라고 말한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와 같은 격언도 결국 시간이 흐르면 심적 고통이나 개인 간 갈등이나 쌓인 감정 등도 어느 정도 완화된다는 뜻이다. 개인적으로 공감하는 말이지만 최근 정치권을 보면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주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시간을 테마로 세 가지 이슈를 다뤄봤다.

● 의료개혁, 성공한 개혁으로 평가받을까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개혁은 필연적으로 저항을 불러온다”며 “개혁 과정은 험난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최근 대통령실에선 의료개혁과 관련해 “시간이 지나면 국민들에게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말을 많이 한다. 개혁엔 저항이 있게 마련인 만큼 뚝심있게 추진하면 시간이 지나 필수·지방의료 살리기와 의사 부족 문제 해결 등 의료개혁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 국민들이 재평가할 것이라는 의미다.

정부는 단기적으로는 생활고 등을 못 견딘 의대생과 전공의가 결국 의료 현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고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재조정 문제도 올해 대입이 끝나면 더 이상 나올 수 없는 이야기인 만큼 일단 시간을 끌자는 식이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8월 29일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6개월만 버티면 이긴다”고 했던 발언도 시간이 지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속내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의정 갈등을 몇달째 지켜보는 국민들은 불안하기만 하다. 의료계의 반발은 예상보다 컸고 의대생과 전공의는 학교와 병원을 이탈했다. 의료 공백도 장기화되고 있다. 물론 경증·비응급환자의 상급종합병원행이 줄어들고 비상진료대책을 통해 추석 연휴 ‘응급실 대란’은 막았지만 “아프지 말자”는 말이 덕담으로 회자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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