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비공개 최고위서 폐지 의견 분출
친명 촤장 정성호 운 띄우자 지도부 힘 실어
이르면 4일 의총서 방침 정할듯…이 대표 결단 남아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서는 폐지하자는 주장이 우세한 것으로 파악됐다. 당초 유예하자는 기류가 강했지만 개미 투자자들이 거세게 반발하자 결국 폐지로 기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당은 이르면 4일 의원총회를 열어 금투세 관련 방침을 결정할 계획이다.
2일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재명 대표는 지난달 29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열고 금투세 관련 의견을 수렴했다.
이 자리에선 금투세 유예를 넘어 폐지하자는 의견이 분출했다. 한 지도부 의원은 “금투세를 지금 유예해도 계속 논란이 될 것”이라며 “이참에 폐지해 버려서 더 얘기가 안 나오게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았다”고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당초 금투세 유예론에 힘을 실었지만 5선 중진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불리는 정성호 의원이 폐지론을 꺼내며 분위기가 바뀌었다. 민주당에서 공개적으로 폐지하자는 주장을 한 것은 정 의원이 처음이다.
정 의원은 지난달 2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금투세에 대해 “처음에는 유예 입장이었다”면서도 “이제는 폐기하는 게 낫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상황을 보니 오히려 (금투세) 유예가 시장 불안정성을 더 심화시키는 것 같다”며 “유예 정도로 정리가 될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그러면서 금투세를 우선 폐지하고 “민주당이 집권해서 주식시장을 살려놓은 다음에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게 낫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정 의원은 당시 개인 의견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당 안팎에선 결단을 앞둔 이재명 대표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또 친명 좌장이 목소리를 낸 만큼 민주당의 금투세 당론 결정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됐는데 실제 금투세 유예론을 주장했던 김민석·이언주 최고위원 등도 정 의원의 의견에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지도부가 폐지 쪽으로 선회한 데는 지난달 24일 민주당의 금투세 토론회가 오히려 여론을 악화시켰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 도입으로) 증시가 우하향한다는 것을 신념처럼 갖고 있으면 인버스(주가 하락 베팅 상품)에 투자하면 된다“고 발언해 투자자들의 공분을 샀다. 역시 시행팀의 이강일 의원은 폐지를 주장하는 투자자들의 항의에 ”이번 토론은 역할극에 일부“라는 문자를 보내 약속대련이 아니냐는 의구심을 낳기도 했다.
금투세에 대한 민주당 입장은 사실상 이 대표 결단만 남겨 놓은 상황이다. 이 대표는 전당대회 국면에서 유예 가능성을 언급해왔다. 지난 주말 방송 인터뷰에서도 ”지금 하면 안 된다는 (개인 투자자) 정서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유예 입장을 시사했다. 최근 지도부 회의에서는 자신의 견해는 밝히지 않은 채 당내 의견 수렴에 집중했다.
민주당은 이르면 4일 의원총회를 열어 금투세 당론 결정 방식을 논의할 예정이다. 지난해 선거제 결정과 같이 의총을 통해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고 지도부에 결정 권한을 위임할 것이라 전망이 많다. 다만 의총에서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면 다수결로 정하거나 전당원 투표에 부쳐야 한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나온다.
민주당 관계자는 ”금투세에 대한 민주당 입장이 결정된 것은 아니다“며 ”폐지까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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