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해도 안 되면 ‘징치’(懲治·징계해서 다스림) 해야 하고, 징치해도 안 되면 끌어내려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5일 인천 강화군수 재선거 지원유세에서 “일을 제대로 못하면 선거에서 바꾸고, 선거를 기다릴 정도도 못될 만큼 심각하면 도중에라도 끌어내려야 한다”며 이 같이 말했다. 탄핵이라는 표현을 직접 쓰진 않았지만 사실상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필요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대통령을 끌어내리겠다는 구호를 앞장세워 선거의 판을 정쟁의 장으로 물들이고 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차마 하지 못했던 마음의 소리를 아전인수로 끌어들이지 말라”고 역공했다.
이 대표는 이날 인천 강화군 강화우체국 앞에서 한연희 후보의 유세 차량에 올라 “여러분을 위해 일하라고 월급을 주고 권력을 맡겼는데, 권력과 예산을 (정치인들이) 개인적으로 배를 채우고 범죄를 숨기고 부당한 이익을 챙기는 데 쓰면 ‘안 된다’고 말해야 한다”고 했다.
이 대표는 재·보궐 선거가 10일 앞으로 다가오자 연일 ‘정권 심판’을 강조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였다. 그는 “강화 군민 여러분이 전 국민을 대신해 정권에 2차 경고를 할 절호의 기회가 온 것”이라며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했지만, 정권이 정신을 못 차리니 이번에 2차 정권 심판을 확실하게 해달라”고 거듭 밝혔다. 지역 현안인 대북 확성기 방송으로 인한 소음과 관련해서도 “불필요하게 남북 긴장 대결을 심화시켜서 결국 서로 보복하느라고 24시간 도저히 들을 수 없는 괴상한 소음과 굉음으로 고통받고 있다”며 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의 ‘징치’ 발언을 “탄핵 몰이”로 규정하고 즉각 반발했다. 김혜란 대변인은 논평에서 “대의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반헌법적 도전”이라며 “대의민주주의하에서 선거도 통하지 않고 그냥 끌어내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가”라고 말했다. 서범수 사무총장도 “끌어내려 감옥으로 보내야 할 사람은 바로 (이재명) 당신임을 우리 국민 모두는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여당 중진 의원들도 비판에 가세했다. 김기현 의원은 “유죄판결이 두려운 나머지 탄핵몰이 선동에 나선, 의도된 정치적 망언이자 망동”이라고 비판했고, 나경원 의원은 “아무리 그래봤자, 심판의 때는 온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발언이 윤 대통령 탄핵 논란으로 이어지자 진화에 나서면서도 ‘탄핵’이란 표현은 한 대표가 먼저 꺼냈다고 역공에 나섰다.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6일 기자간담회에서 “이 대표의 ‘징치’ 발언은 대의민주주의의 일반 원리에 대해 말한 것”이라며 “맥락상 윤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이야기는 아니었다”고 선을 그었다. 강유정 원내대변인도 이날 논평에서 한 대표의 비판에 대해 “한 대표는 마음의 소리를 밖에서 찾지 말고 스스로 하라”며 “불안돈목(佛眼豚目)이라더니, 민주주의 대의를 말했는데 기다렸다는 듯이 탄핵을 입에 올린다. 오매불망, 학수고대하던 마음을 들킨 거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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