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세계 여아의 날’ 맞아 10일 간담회 개최
탈북민 모녀, 북한 여성 인권 실태 증언
북한에서 학교를 다닐 때 한겨울에 여학생들에게 패딩도 못 입게 한 채 김일성 동상을 닦으라고 한 적이 있어요. 너무 춥고 억울했지만 북한에서 여학생은 아무 목소리도 낼 수 없죠.
‘세계 여아의 날(10월 11일)’을 맞아 통일부가 서울 종로구 남북관계관리단에서 10일 개최한 간담회에서 탈북민 노진해 학생(16)이 전한 북한의 실상이다.
노 양은 지난 2019년 9월 어머니 우영복 씨(54)와 함께 탈북해 두 달 뒤인 11월 한국에 도착했다. 지난 1월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비욘드 유토피아’에 출연해 일가족의 탈북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그는 “북한에서는 여학생들이 제대로 씻지도 못하는데 한국 와서는 옷과 메이크업을 통해 자기표현을 자유롭게 할 수 있어서 좋다”며 “기회만 된다면 북한 친구들과 같이 한국에 오고 싶다”고 했다. 북한에서의 생활을 회고하던 중 눈물을 보이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어머니 우영복 씨 역시 “북한에서는 인권이라는 말 자체가 생소한데, 특히 여성의 경우 옷차림에 대한 통제가 심했다”며 “거리에 100m 간격으로 감찰대가 있어서 옷에 영문이 쓰여있다고 끌려간 여성도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도 빈부 차이가 많이 생겼다”며 “사정이 어려운 집안의 경우 여성이 생계와 육아를 모두 책임지면서도 남성들의 폭력에 시달리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행사에는 김수경 통일부 차관·윤상욱 통일부 인권정책관을 비롯해 주한 콜롬비아·헝가리·체코·과테말라 여성 외교관들이 참석했다.
김 차관은 “북한은 미국 국무부가 매년 발표하는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21년 연속 최하위 등급”이라는 점을 언급하며 “북한 인권 중에서도 여성, 그리고 아동의 문제에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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