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태균, 57만 당원명부로 尹 대선 경선때 여론조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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黨선관위가 각 후보측에 전한 명부
명씨 실질운영 조사업체로 흘러가
두차례 여론조사서 尹압도적 우위
與 “명부 넘어간 경위 조사하겠다”

경남 창원의 여론조사 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가 4층에 있었던 건물 외관. 창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경남 창원의 여론조사 업체인 ‘미래한국연구소’가 4층에 있었던 건물 외관. 창원=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의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2021년 10월 국민의힘 당원 57만 명의 명부를 확보해 두 차례 대선 후보 관련 비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드러났다. 국민의힘은 당시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대선 경선 후보 캠프에 제공한 당원 명부가 미래한국연구소에 흘러들어간 경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누가 경남 지역 여론조사업체인 이곳에 당원 명부를 제공했는지, 그 과정에서 대가성 금전 거래가 있었는지, 해당 여론조사가 당시 어떻게 활용됐는지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서범수 사무총장은 10일 인천 강화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명부가 명태균이라는 사람에게 어떻게 흘러갔는지에 대한 부분은 지금부터 차근차근 조사할 예정”이라며 “조사에 따라 엄정한 조치가 필요하면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선 기간 동안에 선거운동을 하라고 중앙당에서 당원 명부를 안심번호로 만들어서 윤석열·홍준표·유승민·원희룡 후보에게 다 적법하게 배부했다”고 설명했다.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성별, 소속 당협, 휴대전화 안심번호 등이 담긴 57만 명의 당원 명부를 작성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각 캠프에 전달했다. 당시 국민의힘이 공식적으로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요청한 바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명 씨는 미래한국연구소 회장 명함을 가지고 다니며 활동했다.

이날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이 공개한 미래한국연구소의 비공개 보고서에 따르면 연구소는 2021년 10월 19∼20일과 21일 등 두 차례에 걸쳐 각각 국민의힘 당원 11만7829명, 13만9156명을 상대로 차기 대선 여론조사를 벌여 각각 3450명, 5044명의 응답을 받았다. 1, 2차 경선을 통해 추려진 최종 후보 4명(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홍준표)의 본선 경쟁력과 함께 각 후보와 민주당 후보였던 이재명 대표의 일대일 가상대결 결과를 조사했다. 여론조사 결과는 윤 후보의 압도적인 우위로 나타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의원은 “국민의힘 또는 특정 캠프 핵심 관계자가 책임당원 정보를 통째로 넘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계약 없이 무상으로 윤 대통령 등 특정 후보에게 제공됐다면 정치자금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여론조사가 만약 ‘윤석열 대세론’ 등을 유포하는 데 쓰였다면 ‘불법적인 방식으로 시행한 조사 결과를 활용해 여론을 조작하고 경선 결과에까지 영향을 미친 범죄’에 해당한다”고 했다.

무명의 명태균 업체가 대선 경선 여론조사… 선관위에 신고 안해


與 ‘57만 당원명부 활용’ 조사 착수
미공표 여론조사 목적 의구심 커져… 尹캠프 인사 “여론조사 맡긴적 없어”
野 “무상조사면 정치자금법 위반”… 선관위 미신고, 선거법 저촉 가능성
명태균 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한 것으로 알려진 경남 창원시의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가 국민의힘 당원 명부로 미공표 여론조사를 실시한 사실이 10일 알려지자 국민의힘 지도부가 즉각 진상 조사에 착수한 것은 명 씨가 스스로 지난 대선 당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주장해 온 것과 무관치 않다. 여론조사를 무기 삼아 정치권 인사들에게 영향력 행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진 명 씨가 중앙당이 윤석열, 홍준표, 원희룡, 유승민 대선 경선 캠프에 제공한 당원 57만 명의 명부를 어떤 경로로 확보하고 어떤 방식으로 활용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여론조사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도 신고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여론조사 목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명 씨가 윤석열 대통령 부부와의 친분을 과시한 것을 감안해 야권이 “윤석열 캠프를 위한 조사 아니냐”란 취지의 주장을 내놓자 윤석열 대선 경선 캠프 핵심 관계자를 지낸 인사들은 “당원 명부가 넘어간 2021년 10월 캠프 차원에서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를 맡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 명태균 실질 운영 업체에서 여론조사

문제가 된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는 2021년 10월 19∼20일, 21일 두 차례에 걸친 비공표 여론조사다. 당시는 국민의힘의 대선 경선 기간(10월 9일∼11월 4일)으로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후보의 대결이 펼쳐질 때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시 각 후보 캠프에 성별, 소속 당협, 휴대전화 안심번호가 담긴 당원 56만8000여 명의 명부를 담은 USB를 배포했다. 선거운동과 판세 분석을 위한 미공표 여론조사에 활용하라는 목적이다.

여기까진 현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이 안심번호가 중앙 정치권에 잘 알려지지 않은 미래한국연구소에 어떤 이유로 흘러갔는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이고 있다. 당 차원에선 미래한국연구소에 여론조사 의뢰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범수 사무총장은 이날 인천 강화군에서 기자들과 만나 “1차적으로 각 캠프에서 USB를 전달받은 사람 등을 조사하고 심도 있게 할 필요가 있으면 당무감사실로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명 씨는 여론조사로 정치권에서 영향력을 쌓은 것으로 알려졌다. ‘맞춤형’ 여론조사를 만들어 정치권 인사들과 인연을 맺어 왔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의원은 “당시 미래한국연구소는 각 경선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일대일 가상 대결 조사를 실시했고 윤 후보가 압도적 우위로 나타났다”며 “윤석열 당시 후보 대세론을 유포하는 데 쓰였다면 범죄”라고 주장했다. 미래한국연구소가 대선 과정에 영향력을 미치려고 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윤석열 캠프 핵심 관계자는 “경선 때면 워낙 여의도에 이런저런 당원 명부가 많이 돌아다닌다”면서 “윤석열 캠프가 아닌 다른 캠프에서 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 여심위 신고 없어 목적 의구심

야권에선 해당 여론조사가 ‘무상 여론조사’일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세에 나섰다. 노 의원 측은 “의원실이 받은 제보에 따르면 해당 조사는 미래한국연구소가 의뢰자로부터 계약금을 받고 실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만약 노 의원 측의 주장대로 여론조사기관이 자체적으로 여론조사를 한 뒤 후보가 무상으로 결과를 제공받았다면 정치자금법상 부정수수죄에 해당할 수 있다.

문제가 된 여론조사 2건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신고되지 않아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정황도 있다. 정당과 언론을 제외한 이가 선거 관련 여론조사를 하거나 의뢰하려는 경우 조사 이틀 전 선관위에 사전 신고를 해야 한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실이 선관위 등으로부터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미래한국연구소는 2018∼2024년 24건의 미공표 여론조사를 하겠다고 선관위에 신고했는데, 이 중 노 의원이 공개한 여론조사 2건은 포함돼 있지 않다.

여권 관계자는 “정치 브로커들은 안심번호를 확보해 비공표 여론조사를 여러 차례 돌린 뒤 잘 나온 샘플링으로 공표 여론조사를 하기도 하기 때문에 그런 과정은 없었는지도 따져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명태균#여론조사#57만 당원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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