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의환 뉴욕 총영사, “물러나셔야” 발언에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국감서 정면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13일 15시 25분


김의환 미국 뉴욕 총영사가 12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총영사관 국정감사에서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외통위) 위원들과 정면 충돌했다. 올 8월 열린 뉴욕한인회 광복절 행사에서의 발언을 따진 야당 의원에게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맞서면서다.

당시 김 총영사는 광복회 뉴욕지회장이 대독한 이종찬 광복회장의 광복절 기념사를 듣고 “저런 말 같지도 않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어야 하나’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내부의 종북 좌파 세력들을 분쇄해야 한다” 등의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당시 기념사에는 “‘건국절’ 제정 음모는 민족혼을 빼는 이적 행위”, “이런 악행을 저지른 자는 일제 시기 밀정 같은 존재로 용서할 수 없다” 등의 표현이 담겨 있었다.

“부적절 발언 동의 안해…오늘이 마지막이라고 생각”

12일(현지 시간) 뉴욕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김의환 뉴욕 총영사가 답하고 있다. 뉴욕=임우선 특파원

이날 맨하튼의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세 시간 일정으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한 외통위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불편한 지적을 좀 해야 되겠다”며 말문을 열었다. 조 의원이 “총영사님 최근 부적절한 언행으로 논란이 있지 않았냐”고 묻자 김 총영사가 “부적절하다고 생각하진 않고 논란은 있었다”고 답해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조 의원은 “총영사 언행은 정부를 대표하는 외교 공무원인지 아니면 정치인이나 유튜버인지 분간이 안된다”며 “정치 편향적 발언들이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김 총영사는 “구체적으로 뭐가 정치편향이란 말씀이냐. 제가 미국에 감사를 표한 게 극단적 편향이냐”고 되물었다.

조 의원은 ‘김 총영사가 (대통령이 임명한) 특임 공관장이란 이유로 의도적으로 그런 발언을 한다’, ‘일반 공무원과는 다르다면서 외교부 공무원을 폄하했다’고도 꼬집었다. 김 총영사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은 (오히려) 문재인 정부 때 너무나 많이 훼손했다”며 “공무원들이 영혼이 없는게 아니라 영혼이 있으면 불이익을 당한다”고 격한 감정을 쏟아냈다.

조 의원이 “그런 언행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느냐”고 묻자 “없다”고 답했고, “제가 보기엔 물러나셔야 될 것 같다”는 말에 “저는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당당히 제일을 수행한다”고 받아치면서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렀다.

외통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 나서 “소신을 말하는 건 좋지만 답변 태도를 차분하게 해달라”고 주문하면서 질의가 일단락 됐다.

“파리는 파리채보다 꿀로 잡아야” 조언까지 등장

12일(현지시간) 뉴욕 주 유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열린 외통위 국정감사 모습. 뉴욕=임우선 특파원

하지만 정회 이후 보충질의 시간에도 논란은 계속됐다. 인요한 국민의힘 의원은 “서양 속담에 ‘파리채 보다 꿀로 파리를 훨씬 많이 잡을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여야를 떠나 감사를 하러 온 사람들인데 총영사님은 답변을 조심해서 우리를 설득해야한다”고 말했다.

차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5·18 민주화 운동과 제주 4·3 사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며 “지금 뉴욕총영사가 하시는 말씀은 일본 수상이 일본 역사관을 반영하기 위해서 만들었던 내러티브와 사실 다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어 함께 국정감사를 받기 위해 자리에 나와 있던 황준국 주 유엔 한국대사에게 “총영사는 본인의 역사 인식이 대통령 국정 철학이라고 하시는데 이게 대한민국 외교부의 공식 입장이냐”고 물었다.

황 대사는 난처한 얼굴로 말을 고르다 “공식적인 외교부의 입장은 이렇다 하는 건 없다”고 답했다. 외교관 출신인 위성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교라는 직종 자체가 예의와 규범이 많고 자유로운 자리가 아니다”라며 “총영사님은 분열되고 각양각색 시끄러운 나라에서 소신의 표현을 강하게 하지 않는 게 조직과 개인을 위해 좋지 않나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국감에서는 중동 분쟁 및 북핵 우려에 대한 질의도 여러번 나왔다. 인 위원은 “현재 레바논에 우리 동명부대가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파병돼 있는데 철수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황 대사는 “원래 평화유지군은 공격을 받으면 안되는 게 너무나 당연한 것인데 어제 그제 4명이나 다쳐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라며 “다만 유엔사무국은 지금 철수를 위해 움직이는 게 더 위험하다는 입장이고 만약 지금 빠지면 평화유지군 의무 위반이자 레바논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까지 말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황 대사는 “동명부대는 상대적으로 국경과 먼 안전한 지역에 있다”며 “시시각각 상황을 분석하며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또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 존재하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 패널이 종료된 것과 관련해 “15년 간 제재 이행을 모니터링하는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해왔는데 폐지돼 버렸다”며 “대체 매커니즘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및 핵심 우방과 협의중으로 연내에 조만간 결과를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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