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세 차례나 침투했다고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이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가 12일 국경선 부근 포병연합부대와 중요화력임무가 부과된 부대들에 완전사격 준비태세를 갖추라는 작전예비지시를 하달했다고 보도했다.
13일 매체에 따르면 국방성 대변인은 총참모부의 작전예비지시에는 “전시정원편제대로 완전무장된 8개의 포병여단을 이날 오후 8시까지 사격대기태세로 전환하라”는 내용이 담겼다며 이같이 밝혔다. 총참모부는 한국 무인기가 또다시 국경을 넘었을 때를 대비해 대상물을 타격하고, 그로 인해 무력충돌이 확대되는 상황까지 가정해 각급 부대에 철저한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한국 무인기의 평양 상공 침투 주장을 빌미로 전방에서 언제든 대규모 포격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고 노골적으로 통첩성 협박에 나선 것. 우리 군은 도발 징후 포착 시 화력대기 태세 격상을 비롯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담화에서 “(북한의) 수도 상공에서 대한민국 무인기가 다시 발견되는 순간 끔찍한 참변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자 국방부는 13일 입장을 내 “만약 북한이 우리 국민 안전에 위해를 가한다면 그날이 바로 북한 정권의 종말이 될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반박했다.
軍 “평양 무인기, 확인 못해줘”… 전략적 모호성으로 北혼란 유도
평양 왕복 300㎞ 상용 드론 드물어… 탈북단체 “드론 이용 전단 안보내” 일각 정부기관 지원 가능성 거론 北, 평양 방공망 허점 사실상 자인… 軍일부 “2014년 靑침투 갚아준 셈”
최근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에 세 차례나 침투해 반공화국 선동삐라(대북전단)를 살포했다는 북한 주장에 대해 대통령실과 군은 “사실 여부 확인 불가”를 고수 중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도 13일 “북한 주장에 일일이 대응하는 건 북이 원하는 대로 말려드는 것”이라며 “경험에 의하면 제일 좋은 최고의 정답은 무시”라고 밝혔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노동당 본부 청사 상공 등 평양 ‘심장부’가 뚫린 북한은 외무성의 ‘중대 성명’에 이어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대남 협박 전면에 나섰다.
우리 정부가 북한 주장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는 것은 전략적 모호성을 취해 북한의 대응과 행동에 혼선을 초래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 주체’를 특정 짓지 못하는 상황에서 후속 대응에 골머리를 앓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 軍 “확인 불가” 탈북 단체 “드론 보낸 적 없다”
평양 핵심부 상공에 출현한 무인기를 누가 보냈는지를 놓고서는 여러 가설이 제기된다. 우선 군이 직접 나섰을 수 있다. 최전방인 경기 파주 임진각에서 평양까지는 직선 150km, 왕복 300km 거리다. 이 거리를 오갈 수 있는 상용 드론은 드물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분석이다. 대신 우리 군이 보유한 ‘원거리 정찰용 소형 드론’이라면 비행이 가능하다. 2023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에서 공개된 이 드론은 최대 4시간 동안 400km를 비행할 수 있다. 전방에서 차량 발사대로 날리면 ‘평양 왕복’도 가능하다. 일각에선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고정익 무인기’ 외형이 우리 군의 드론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있다.
반면 군이 정전협정을 위반하고 무인기를 북한에 선제적으로 진입시켰을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도 많다. 2022년 북한 무인기의 대남 침투 당시 우리 군도 무인기를 휴전선 이북으로 보내자 유엔군사령부는 둘 다 정전협정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그 때문에 민간단체의 주도 가능성이 제기된다. 과거 일부 탈북민 단체가 드론을 북한에 보내 전단을 살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북전단을 날려 온 탈북민 단체들은 드론을 이용해 대북전단을 보낸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자유북한운동연합의 박상학 대표는 이날 “애드벌룬(대형 풍선)을 이용하면 한 번에 수십만 장의 전단을 보낼 수 있지만 드론으론 수천 장밖에 보낼 수 없다. 비용 차이가 크다”고 했다. ‘가성비’가 떨어져 전단 살포에 드론을 활용하는 경우는 드물다는 것이다. 또 북한이 공개한 사진 속 무인기는 고정익으로 대북전단을 보낼 때 민간단체들이 활용하는 프로펠러형 드론과는 확연히 다르다.
일각에선 정부 기관과 민간단체의 ‘합작품’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기관의 비공식 지원을 받고 민간단체가 고성능 무인기를 입수해 평양에 침투시켰을 수 있다는 것이다.
● “10년 전 靑 상공 침투한 北에 되갚아 준 격”
이번 사태로 평양 방공망의 허점이 노출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평양 일대는 수천 문의 대공포와 지대공미사일, 레이더 등이 배치된 세계에서 가장 조밀한 방공망으로 평가돼 왔지만 무인기의 연이은 침투에도 격추에 실패했음을 북한이 사실상 자인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무인기가 출현한 노동당 본부 청사에서 700m 떨어진 곳에는 김일성광장, 약 2km 떨어진 곳에는 류경호텔 등이 자리 잡고 있다. 군 소식통은 “서울의 광화문광장 상공을 무인기가 휘젓고 간 것과 다름없다”며 “2014년 북한 무인기가 서울로 침투해 청와대 경내 사진을 촬영한 것을 되갚아 준 격”이라고 했다. 최근 북한이 국방상을 강순남에서 노광철으로 교체한 것도 무인기 대응 실패의 책임을 물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런 가운데 군은 그간 수거된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 일부에서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발신기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기존에 군이 확인한 오물 살포 방식은 사전에 타이머에 입력한 시간이 되면 발열 장치로 낙하물 봉지를 태워 뿌리는 방식이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오물풍선의 이동 경로를 실시간 추적해 원하는 상공에서 원격으로 터뜨릴 가능성이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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