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신임 주중국 대사에 김대기 전 대통령비서실장(사진)을 내정했다.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인사를 대사에 임명해 한중 관계 개선 흐름에 속도를 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오늘 중 중국 정부에 김 내정자에 대한 아그레망을 신청할 예정이며, 아그레망이 부여되는 대로 임명할 계획”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의 충암고 동기인 정재호 현 주중 대사 후임으로 김 내정자를 지명한 것은 정부가 내년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내년 11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시 주석이 참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김 내정자에게 한중 정상회담을 중국 현지에서 물밑 조율하는 임무를 맡긴 것이라는 의미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도 “전임 비서실장을 내정한 것은 최근 활발히 가동되고 있는 한중 고위급 교류의 흐름을 이어 양국 관계를 더욱 성숙하게 발전시키고자 하는 뜻이 담겨 있다”며 “중국은 한국의 고위층 인사가 오기를 바라고 있어 한국 중국 모두에 맞아떨어지는 인사”라고 설명했다.
다만 과거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장 등을 지낸 권력 실세들이 주중 대사로 부임했으나 한계를 보인 전례들도 적지 않다. 이명박 정부에서 비서실장을 지낸 류우익 전 대사,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정책실장을 지낸 장하성 전 대사, 문재인 정부 주중 대사에서 귀임한 뒤 대통령비서실장으로 근무한 노영민 전 대사가 대표적이다. 대통령 측근 고위 인사를 보냈음에도 차관보급인 중국 외교부 부장조리를 상대하며 중국에 대한 전문성 부족을 드러냈다는 지적이 많았다. 중국 전문가인 정 대사 역시 대중국 외교에서 큰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지 못했고 내부 갑질 의혹과 불통 문제 등이 제기돼 왔다.
야권에선 김 내정자를 두고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황정아 대변인은 “김 전 실장의 주중 대사 내정은 회전문 인사의 전형이다. 국익보다 내 사람 챙기기를 우선시하는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관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국민의 계속되는 요구에도 돌려막기 인사로 화답하는 대통령에게 국민은 절망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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