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16일 재·보궐선거에서 보수 텃밭 부산 금정구청장과 인천 강화군수 선거를 사수한 직후 이같이 밝히며 “국민의 뜻대로 정부 여당의 변화와 쇄신을 이끌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이번 재·보선 국면에서 윤석열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선거 전략으로 내세웠다. 한 대표가 선거 기간 내내 김건희 여사 공개 활동 자제 요청과 김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사실상 기소 요구, 김건희 라인 경질 등 ‘김건희 리스크’ 해소를 강도 높게 요구해 왔다. 이런 상황에서 접전이 예상된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강화군수 선거보다 더 큰 격차로 승리하면서 여당 내에선 한 대표의 리더십에 더욱 힘이 실리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당 지도부 핵심 의원은 “이제 본격적인 한동훈의 정치가 시작될 시간”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실이 다음 주초 연다고 밝힌 윤석열 대통령과의 독대가 윤-한 충돌의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친윤(친윤석열) 진영에서 “한 대표도 스타일을 바꿔야 한다”는 떨떠름한 반응이 나오는 등 독대를 앞두고 긴장감이 더욱 커지는 분위기다.
● 韓 “정부 여당의 변화와 쇄신 이끌겠다”
한 대표는 이날 “어려운 상황에서 주신 소중한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며 “저와 당이 먼저 변화하고 쇄신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금정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한 것에 특히 의미를 뒀다. 금정은 국민의힘이 참패를 한 지난 총선에서도 여당에 13.2%포인트 차 승리를 안겨준 여당 텃밭 지역이지만, 여권의 낮은 지지율 속 야권의 단일화까지 이어지며 선거 후반부로 가면서 승리를 쉽게 점치기 힘든 격전지로 전환됐다. 선거를 2주 남긴 시점에서 검찰이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사건을 불기소 처분하고, ‘명태균 김대남 논란’도 잇따라 터지면서 ‘진짜 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당내에 감돌기도 했다.
한 대표는 금정구청장 선거 지원을 위해 6차례나 부산에 내려갔다. 당초 한 대표 등 당 지도부는 선거 초반엔 지역 일꾼을 뽑는 ‘조용한 선거’ 기조를 택하려 했다. 하지만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의원들은 한 대표에게 “선거에서 지면 어떻게든 대표 책임론으로 몰고 가 공격하고 흔들려 할 것이다. 한 표라도 더 얻어 크게 이겨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지난해 10·11 강서구청장 보선 패배 후폭풍으로 지도부가 교체됐던 전철을 밟아선 안 된다는 것이다.
전임 금정구청장의 별세로 치러진 이번 보선을 두고 더불어민주당 김영배 의원이 “혈세 낭비”라고 발언한 것도 보수 결집을 자극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개헌 저지선을 지켜낸 부산에서 최후의 보루를 빼앗겨선 안 된다’는 인식 속 친한계 지도부와 부산 의원들이 화력을 집중했다”며 “오히려 여권 잡음으로 어려워진 선거 국면이 반대로 보수 유권자를 결집시켰다”고 말했다.
● “韓, 尹에 김 여사 문제 해결 집중 요구할 것”
재·보선이 끝나면서 여권의 시선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내주 초 독대로 옮겨가고 있다. 독대에서 한 대표가 제기할 ‘김건희 리스크’ 해결에 대해 윤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가 향후 윤-한 갈등의 향방을 가를 수 있다는 관측 때문이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선거 기간이어서 한 대표가 오히려 발언을 자제한 측면이 있다”며 “한 대표가 독대 자리에서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집중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야당이 선거 다음 날 곧바로 재발의하는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대응도 윤-한 관계의 변수로 꼽힌다. 4일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재표결에 부쳐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 여당 내에서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나온 데 이어 추가 이탈표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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