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현장에서 말씀은 ‘지금 이대로 가면 너네 다 망한다. 나라 생각해서 너희에게 기회 한번 줄 테니 한 번 바꿔봐라’는 것이었다.”
여당이 부산 금정구청장 재보궐선거에서 22.07%포인트 격차로 승리한 다음날인 17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쇄신을 11번, 변화를 9번 언급하며 최대 승부처였던 부산 금정에서 여당에 승리를 안겨준 민심의 요구는 “변화와 쇄신”이라고 강조했다. 한 대표는 “우리 먼저 쇄신하고 변화해야 야당의 헌정 파괴 시도에 맞설 수 있다”며 “변화와 쇄신하면 오히려 헌정 파괴 빌미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건희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과 김 여사 대외 활동 중단, 의혹 관련 설명과 규명을 위한 절차 협조 등 3대 요구 사항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이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탄핵 공세를 이어가는 상황에서 ‘김건희 리스크’에 대한 강력한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치권에서는 한 대표가 대통령실이 다음 주초 연다고 밝힌 독대에서 김 여사 문제 해결 방안에 대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며 윤 대통령에 대한 압박 수위를 크게 높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대표가 이번 선거 승리에 힘입어 김 여사 문제 등에서 윤 대통령과 다른 길을 걸으며 차별화하는 승부수를 던졌다는 해석도 나온다.
● 韓 “마지막 기회, 김건희 우려 반드시 해소”
한 대표는 이날 “국민들께서 이번 선거를 통해서 마지막 기회를 주셨으니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김 여사 관련 대통령실 인적 쇄신, 반드시 그리고 시급하게 필요하다”며 “김 여사가 대선 당시 약속한 대로 대외 활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했다. 또 “제기되는 의혹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설명드리고,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필요한 절차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고도 했다.
한 대표가 당 공식 회의 석상에서 김 여사 문제 해결책을 거론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대표는 부산 금정 보궐선거 현장에서 질의응답 형태로 김 여사 공개 활동 자제, 김 여사 라인 경질 등을 공론화했었다.
한 대표는 김 여사가 연루된 명태균-김대남 논란도 언급했다. 한 대표는 “당의 절차를 통해서 그리고 사법 절차를 통해서 진상을 규명하고 책임을 물어서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며 “진상이 어떤 것이든 부끄러운 모습이나 추한 모습이 드러나더라도 진상을 규명하겠다. 그래서 당이 새로이 태어나겠다”고 약속했다.
당 지도부도 ‘쇄신과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친한(친한동훈)계인 신지호 전략기획부총장은 “한 대표가 ‘여당 내 야당’ 노선을 공개적으로 선명하게 표방했는데 시민들이 거기에 힘을 실어줬다”며 “국민 눈높이에 맞춰서 변화하고 쇄신하라는 지상명령”이라고 말했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과감하고 신속한 변화와 쇄신을 통해 폭발 직전인 민심을 수습해야 한다”고 했다.
● 韓, 독대에 “민심 정확하게 전달이 내 임무”
한 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필요한 절차’가 특검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질문에 “어떤 특정한 절차가 아니라 당연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답했다. 한 대표는 이어 “여러 의혹에 대해 야당의 과도한 문제 제기도 있고 설명할 부분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적극 설명해서 국민에게 소상히 설명드리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정치권에선 여당이 민주당의 특검법 재발의에 대응하기 위해 한 대표가 특단의 조치를 추가로 내놓을 것이란 관측도 나왔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 독대를 앞두고 여사 문제와 관련해 각 세우는 거 아니냐’는 질문에는 “민심을 정확하게 전달하고 민심을 반영하는 정치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중요한 당 대표 임무다. 저는 제 임무를 다하는 것”이라고 했다. 또 당정 갈등 우려에 대해서는 “국민을 위해서 옳은 방향으로 옳은 정치인지를 치열히 토론하고 거기 관해 이견이 있는 것을 갈등이라 표현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친한계 지도부는 김 여사 문제 해결에 사활을 걸겠다는 분위기다. 한 지도부 소속 의원은 “모든 것을 쓸어 담는 블랙홀인 김 여사 문제 해결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여사 문제를 돌파해야 한다”며 “한 사람을 위해 보수가 무너지고 나라가 흔들릴 수는 없다”고 했다.
친윤(친윤석열)계에선 한 대표를 향해 “김 여사 문제 해결책을 공개 요구할 거면 독대는 왜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한 친윤 핵심 의원은 “해결책을 공개 요구하면 ‘대통령실이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만 남는 거 아니냐”며 “윤 대통령이 김 여사 문제 해결을 거부하게 만들어 당정 대립 구도를 더 악화할 의도인가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친윤 의원도 “대포를 쏠 시간은 지났다. 이제 물밑으로 이야기할 때”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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