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갑질 의혹을 받는 피터 곽 아디다스코리아 대표가 국정감사에서 불성실한 답변 태도로 여야 의원들의 질타를 받았다. 지난해 국감에서 한국어를 사용했던 곽 대표는 이번엔 영어로 말하면서 통역사를 대동했다.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질의를 듣기도 했다.
21일 곽 대표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거래위원회 국감에 ‘가맹사업법 및 대리점법 위반 의혹’ 관련 증인으로 출석했다.
아디다스코리아는 2022년 1월 사업을 개편하며 가맹점주들에게 일방적 가맹 계약 종료를 통보해 논란이 일었다. 계약을 종료 당한 가맹점주들은 아디다스전국점주협의회를 구성하고 온라인 판매권 박탈 및 과도한 손해배상 의무 등 아디다스코리아의 갑질을 호소했다. 곽 대표는 이 문제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정무위 국감에 나오게 됐다.
신장식 조국혁신당 의원은 곽 대표에게 “지난 1년간 점주들과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셨냐”고 질문했다.
곽 대표는 지난해 국감에서 한국말을 했지만, 이번엔 영어 통역과 함께했다. 질문이 통역되는 데 시간이 걸리자, 신 의원은 “지금 뭐 하는 짓이야, 쇼해요 쇼”라며 화를 냈다. 이어 곽 대표가 영어로 답변하려 하자, 신 의원은 “지난해에는 한국말 하던 분이 올해는 못 하냐”고 지적했다.
이에 윤한홍 정무위원장이 “증인(곽 대표)이 ‘여기 나오면 긴장해서 한국말을 잘 못 알아듣고 답변을 잘 못한다’고 했으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제지했지만, 여야 의원들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곽 대표는 영어로 “지난해 국감에서 제가 제대로 답변을 잘 드리지 못하고, 하고 싶은 말을 못 한 부분이 있다”며 “제 한국어로 인해 위증의 위험도 있기 때문에 중대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 올해는 통역을 통해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자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은 “연세대 석사 학위 있지 않냐. 그때도 통역 데리고 다녔냐”고 몰아붙였다. 곽 대표는 한국어로 “국제대학원 석사다. 수업이 영어로 진행됐다”고 답했다. 이에 강 의원은 “거봐. 한국말 잘하시네”라며 “그렇다면 제가 영어로 하겠다. The problem is your attitude(당신 태도가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강 의원은 “신 의원이 질의하는데 증인(곽 대표)이 메모하기도 했다. 충분히 (한국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한데도 국정감사를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아닌가 짙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며 “국회 모욕죄 또는 국회 위증죄를 비롯해 이 부분은 특별한 조사가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굳이 통역까지 붙여서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여야 간사가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다.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은 “(곽 대표가 질의 중)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었다”며 “(곽 대표의 출신인) 캐나다와 우리 문화가 얼마나 다른진 모르겠지만, 아마 캐나다 국회에서도 주머니에 손을 넣고 건들건들(한 태도로) 증인으로 나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원들의 이야기를 듣던 윤한홍 정무위원장은 “공정위에서 각별하게 챙겨서 한번 조사하라”며 “특별 조사로, 짧은 시간 안에 조치가 돼야 할 것 같다”고 주문했다.
이날 참고인으로 출석한 김정중 아디다스전국점주협의회장도 “(곽 대표가) 전략 발표 때 한국어로 저희에게 PT를 했다”며 “(곽 대표가) 회의에서 한 번도 영어를 쓴 적이 없었다. 오늘 처음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곽 대표는 지난 7월 축구선수 손흥민(토트넘) 초청 행사에서 직접 마이크를 잡고 통역 없이 한국어로 의사소통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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