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金여사 라인 8명 실명 대며 “정리해야”…尹 “구체적 근거 달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2일 21시 02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김건희 여사로 호가호위하고 김 여사랑 친분을 과시하며 직접 소통하는 걸 밖에 얘기하는 인사들이 많다. 이들을 정리해야 한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누가 어떤 시기에 어떤 문제를 야기했는지 구체적 근거를 달라.”(윤석열 대통령)

22일 대통령실과 국민의힘 취재를 종합하면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회동에서 이런 말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김 여사 리스크 해소를 위한 3대 요구사항 중 김 여사 관련 인적 쇄신을 핵심으로 꼽고 있다. 김 여사 리스크가 블랙홀처럼 국정 동력을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국민 눈높이에서 가장 극적인 방법으로 윤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비선 라인’이 존재하지 않는데도 한 대표가 야당의 시각으로 무리한 공세를 한다고 본다. 이 같은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의 간극이 쉽사리 메꿔지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 韓 “호가호위 인사 정리” 尹 “인적 쇄신은 내 일”

한 대표는 전날(21일) 회동에서 이른바 김 여사 라인으로 지목되는 대통령실 참모진 8명의 이름을 일일이 거명하며 윤 대통령에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 대표는 이들에 대해 “호가호위”라고 표현하며 김 여사를 통해 업무 범위를 벗어나는 영향력을 끼쳐 왔다고 본 것이다. 한 대표가 지목한 인사는 당초 김건희 라인으로 알려진 현직 대통령실 소속 이기정 의전비서관과 C 비서관, K 비서관, 강기훈 선임행정관, H 행정관, K 행정관 및 강훈 전대통령정책홍보비서관등 7명에 J 선임행정관이 추가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특히 일부 인사들에 대해선 “잘라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한 명이 강기훈 선임행정관인 것으로 전해졌다. 강 선임행정관은 6월 면허취소 수준의 음주운전을 했다가 적발됐지만 40여 일간 대통령실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직무에서 배제됐다. 이 기간 출근도 정상적으로 이뤄졌다고 한다. 이후 강 선임행정관은 인사처로부터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받았고 최근 법원에서 벌금 800만 원 약식명령을 받았다.

이에 윤 대통령은 “강 선임행정관은 징계 중”이라며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이어서 당장 내보낼 수 없다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대통령실 조직이라는 게 행정부 공무원들만 있는 게 아니고 의원들 추천으로 정치권에서 많이 유입이 된 사례가 많고 그중 한 명”이라며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부정적 인식를 드러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김 여사 라인 정리 요구에 대해 “누가 어떤 잘못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문제를 전달하면 그 내용을 보고 조치를 판단하겠다”면서도 “여사랑 소통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할 일”이라며 “한 대표도 날 잘 알지 않느냐. 문제가 있는 사람이면 (내가) 정리했던 사람이다.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과 정무수석에게 알려주면 잘 판단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날 대통령실이 공개한 면담 사진에 이기정 비서관이 등장한 것은 “윤 대통령이 인적 쇄신을 수용할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 한동훈, 공기업 인사 문제도 거론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맨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면담하고 있다.맨 왼쪽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 2024.10.21. 대통령실 제공
한 대표는 윤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 문제도 언급했다. 강훈 전 비서관과 김오진 진 대통령관리비서관의 실명을 거론하며 공공기관 “낙하산 임명은 안 된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비서관과 김 전 비서관은 각각 한국관광공사 사장, 한국공항공사 사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원년 참모인 강 전 비서관은 이른바 ‘김건희 라인’ 중 한 명으로 지목돼 왔다. 김 전 비서관은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실 관저 이전 공사를 총괄했던 인물이다. 여당 관계자는 “관저 이전과 관련해 김 여사와 관련 있는 업체들이 특혜를 받았다고 의심을 사고 있는데, 김 전 비서관을 임명해 잡음을 키워선 안 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이 같은 요구를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친한동훈) 핵심 의원은 “대통령실과 관저 주변에서 김 여사의 손발 역할을 하는 인사들을 그대로 두면 김 여사의 정치 개입 논란이 가라앉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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