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韓과 ‘제로콜라 면담’ 직후 추경호 불러 만찬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3일 03시 00분


[尹-韓 빈손회담 후폭풍]
당내 “金여사 특검법 이탈표 단속용”
친한 “尹 25분 지각, 韓 야외 세워둬
원형 테이블 요청 거부당하기도”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와 면담 뒤 추경호 원내대표를 따로 초청해 만찬을 한 사실이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제로콜라를 대접했고 이후 일정을 이유로 81분 만에 헤어졌는데, 직후 친윤(친윤석열)계인 추 원내대표와 식사 자리를 가졌던 것.

당내에선 “친윤 원내지도부를 통한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 단속 의도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 추 원내대표의 만찬 사실을 알고는 불편한 심경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친한(친한동훈)계는 “지난 특검법 재표결 앞두고도 한 대표 빼고 원내지도부를 부르더니 또 홀대했다”며 격한 반응을 보였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동료 의원들과 여의도에서 만찬을 하는데 연락이 와서 여러 분들이 있는 (대통령 만찬) 자리에 잠시 갔다”며 “(이런 자리는) 통상 있는 일로 알고 있다”고 했다. 추 원내대표는 “당정이 더욱 긴밀히 협의하면서 단합하고 하나 되는 모습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도 했다.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선 “더불어민주당의 특검법은 정말 반헌법적인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대부분 의원들이 같은 생각이라 힘을 모아 막아내겠다”고 했다. 사실상 윤 대통령의 뜻을 대변하면서 면담 결과에 불만을 드러내는 친한계를 향해 각을 세운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윤 대통령과 추 원내대표의 만찬 참석 사실을 뒤늦게 알고는 측근들에게 텔레그램 등을 통해 “알고 있었느냐”고 물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 친한계 인사는 “대표가 화가 났더라”며 “면담 뒤에 외교 사절이라도 만나는 줄 알았던 것 아니겠느냐”고 전했다. 친한계에선 추 원내대표에 대해 전날 중진 의원들과 회동한 사실도 거론하며 “(당 지도부와 원내 지도부가) 별개로 움직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친한계에서는 “한 대표가 면담 때 원형 테이블을 요청했는데 대통령실이 거부했다. 여당 대표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보다 못하단 말이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4월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원탁 테이블에서 마주 앉아 회동했다. 한 대표가 주변에 “그 자리에 이 대표가 있었다고 생각하면 상상되는 장면인가”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윤 대통령이 면담 자리에 25분 늦었는데 한 대표를 그냥 야외에 세워뒀다”고도 비판했다.

이에 대통령실에선 “여당 대표가 대통령 만나는데 원형 테이블 요청하는 것은 정부 수립 이후 처음 본다”며 “대화에 테이블이 중요하냐”는 반문이 나왔다. 또 한 대표를 야외에 세워둔 데 대해선 “면담 당시 현장에서 홍철호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한 대표에게 사정을 설명하고 계속 양해를 구했다”고 했다. 권성동 의원은 친한계를 향해 “그런 지엽말단적인 문제를 갖고 본질을 호도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추경호 원내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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