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부정적 입장에도 독자노선 행보
“내달 이재명 선고전 국민 요구 해소”
용산 “여야 합의하면 임명” 되풀이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23일 대통령 배우자 등의 비위를 감찰하는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여권은 북한인권재단 이사를 더불어민주당이 추천해야 특별감찰관을 추천할 수 있다며 두 사안을 연계해 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21일 한 대표와의 면담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부터 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는 이를 공개적으로 반박하며 두 사안의 연계를 끊고 김 여사 문제 해결을 위해 특별감찰관부터 추진하겠다는 것. 대통령실과 친윤 원내지도부에서 반박이 나오면서 갈등이 격화되는 양상이다.
한 대표는 또 “11월 15일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전까지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 한다”며 윤 대통령에게 김 여사 문제 관련 3대 요구사항 수용의 데드라인도 처음 제시했다. 김 여사 문제 해법을 둘러싸고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극명한 인식 차를 드러낸 면담 이후 한 대표가 독자 노선으로 정면 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대표는 23일 당 확대당직자회의에서 “21일 윤 대통령과 면담 과정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씀드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별감찰관 추천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여야가 합의해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면 임명할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을 되풀이하면서 “여당에서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를 연계했다고 했기 때문에 당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고위 관계자는 “민주당에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받아오지 못하면서 퍼줄 생각만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도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 사안”이라며 “누구 한 사람이 결정한다고 해서 의원들 의견이 쉽게 모일 일은 아니다”라고 반발했다.
한동훈 “11월 15일전까지” 김건희 리스크 해소 데드라인 압박
[尹-韓 정면충돌] 빈손 면담 뒤 첫 조치 ‘특별감찰관’ 추진 “쇄신 못하면 민주당 정권 맞게 될 것”… 北인권재단 이사 추천 연계도 안해 추경호 “한사람이 결정할 일 아니다”… 尹은 韓 면담뒤 “왜 일을 이렇게” 불만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과 관련한 3대 요구를 21일 면담에서 거부한 뒤 첫 조치로 특별감찰관 임명 절차 추진을 공식화한 건 앞으로 김 여사 리스크 해소 방안을 독자적으로라도 찾겠다는 선언으로 풀이된다. 3대 요구를 당장 윤 대통령이 수용하는 것은 기대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 대표가 국회에서 추진할 수 있는 제도적 해결책으로 윤 대통령 압박에 나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 대표는 “지금 우리가 변화하고 쇄신하지 못하면 ‘민주당 정권’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을 향한 압박 수위도 끌어올렸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 대통령 국정 운영 지지도가 20%대에 머무는 상황에서 ‘김건희 리스크’를 해결하지 않으면 국정 동력을 잃고 정권을 넘겨줄 수밖에 없다는 경고”라고 설명했다.
반면 윤 대통령은 면담 뒤 일부 참모에게 “문제 제기에 구체성이 없다. 다짜고짜 (김건희 라인을) 자르라고 했다. 그 사람들이 무슨 잘못을 했는데”라며 “선후 관계도 안 맞는다. 왜 일을 이렇게 하는가”라며 한 대표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의 ‘김건희 라인’ 인적 쇄신 요구를 일축한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카드에 대해서도 “야당에 좋은 카드를 불쑥 던졌다”고 불쾌감을 드러냈다.
● “특별감찰관 임명해야 특검법 공세 막아”
한 대표는 당 대표 취임 뒤 처음으로 연 23일 확대당직자회의에서 작심한 듯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 계획을 들고나왔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천이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의 전제조건이라는 것은 지금 상황에서는 국민들의 공감을 받기 어렵다”며 “더불어민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강력하게 요구하고, 결국 관철시킬 것이지만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그 이후로 미루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에게도 면담 과정에서 특별감찰관 추천 절차를 실질적으로 진행하겠다는 말을 했다”며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는 민주당과의 약속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친한(친한동훈)계 핵심 관계자는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면 야당의 ‘김건희 특검법’ 공세를 막아내는 데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 대표 계획의 핵심은 특별감찰관 임명 문제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 문제 연계를 분리하는 것이다. 그동안 국민의힘은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 절차는 동시에 착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반면 민주당은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과 별개로 특별감찰관을 임명하라는 입장이었다. 사실상 한 대표가 국회 차원에서 특별감찰관 임명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국면 전환을 시도한 것이다.
이는 21일 윤 대통령과의 면담 결과에 대한 반격으로 보인다. 당시 면담에서 윤 대통령은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임명 요구에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이 먼저”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한 대표는 특별감찰관 추진 계획을 밝히면서 3대 요구 수용 등 김 여사 리스크를 반드시 해소해야 할 ‘데드라인’으로 다음 달 15일 전을 들었다. 그는 “민주당 대표의 범죄 혐의에 대한 재판 결과들이 다음 달 15일부터 나온다. 민주당이 집권하면 안 될 거라는 점, 많은 국민들께서 점점 더 실감하시게 될 것”이라며 “그때 우리는 김건희 여사 관련 국민들의 요구를 해소한 상태여야만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가 나오는 날로, 그 전까지 김 여사 문제를 해결해야 이 대표를 향한 공세도 설득력을 얻는다는 것이다.
● 대통령실, 원내지도부 반발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여야가 합의해 특별감찰관을 추천하면 임명할 것”이라면서도 “당에서 해결할 문제”라고 말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통화에서 “특별감찰관 추천은 5년 동안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미뤄 온 게 여야 합의가 안 돼서 그런 것이니 빨리 임명하라는 게 면담 당시 윤 대통령의 설명”이라며 “현재 유지되고 있는 당론대로 여야 합의를 빨리 하라는 데 방점이 있다”고 말했다. 속도를 내자는 한 대표 주장에 선을 그으며 공을 다시 당 원내지도부로 넘긴 것이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특별감찰관 국회 추천은 원내 사안이다. 이것은 누구 한 사람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며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는 의총이고 거기에 의장은 원내대표”라고 말했다. 당 대표가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원내 핵심 관계자는 “야당이 주장할 법한 특별감찰관 임명 추진을 의원들이 동의하겠나”라고 말했다. 이에 친한계 배현진 의원은 의원 텔레그램방에 “추 원내대표는 이번 정부 내 특별감찰반 도입을 혹시 원천 반대하느냐”고 반박 글을 올렸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문제 해결 데드라인을 제시한 데 대해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 대표가 저렇게 계속 과격하게 가면 안 된다”고 말했다.
특별감찰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 대통령실 공무원을 감찰하는 기구. 국회에서 후보 3명을 추천하면 대통령이 이 가운데 1명을 지명하고 국회 인사청문을 거쳐 임명한다.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5년 3월 도입됐지만 이석수 초대 특별감찰관이 1년 반 만에 사임한 뒤 8년 넘게 공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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