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원내-외 당대표가 총괄”…친윤 “대통령 비판 금도 지켜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0월 24일 17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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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4. 뉴스1
“원내든 원외든 당 전체의 업무를 총괄하는 임무를 당 대표가 수행하는 것이다.”(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특별감찰관 추천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선임 연동은 우리 당론이다. 당론을 변경하려면 원내대표와 상의를 사전에 해야 했다. 독선, 독단의 정치다.”(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3. 뉴스1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2024.10.23. 뉴스1
한 대표는 24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의힘 당헌 제 25조 “당 대표는 법적 대외적으로 당을 대표하고 당무를 통할한다”는 문구를 직접 언급했다. 전날 자신이 김건희 여사 문제를 겨냥해 특별감찰관 추천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추경호 원내대표가 “특별감찰관 추천은 원내 사안”이라고 선을 긋자 곧바로 반박한 것. 특히 한 대표는 이날 예고 없이 오후 국회 본청에서 열린 9개 상임위 국감 현장을 차례로 방문해 상임위원장과 여야 의원들과 악수하고 인사를 나눴다. 당 내에선 “당 대표가 원내 업무도 총괄하는 모습을 의도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반면 대통령실은 한 대표가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을 연계를 풀자고 주장한 대해 “북한 인권 문제는 당의 정체성과 연결된 문제”라며 “국민 입장에서 ‘국민의힘이 북한인권 문제와 관련된 헌법적 가치 등에 관심이 없다’는 오해를 야기하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친윤(친윤석열)계인 권 의원도 공개적으로 “검사 수사하듯이 하지 말라”며 가세했다. 당 내부에선 “두 사안을 연계한 것은 원내 협상 전략이다. 협상 카드를 스스로 포기하라는 요구는 자해적 발상”이란 지적도 나왔다.

특별감찰관 문제를 둘러싸고 집권 여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권한 다툼까지 번지면서 친한(친한동훈)과 대통령실·친윤 간 ‘김건희 내전’에 돌입한 모양새다.

● 韓 “당 대표가 당 전체 총괄”

추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의원 단체 텔레그램 방에 “국감을 다 마치고 의원님들 의견을 듣는 의원총회를 개최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친한계 의원들이 전날 밤 줄줄이 메시지를 올려 의총 소집을 요구한 데 답변한 것. 다만 원내 지도부는 국정감사 마지막 일정인 11월 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 뒤 의총 개최를 염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친한계는 “다음 주 중에는 의총을 열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 친한계 재선 의원은 “우리 당에서 특별감찰관에 반대하는 의원이 현재 스코어로 몇 명이냐 되겠느냐”며 자신감을 보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4.10.24. 뉴스1
한 대표는 이날 “당 대표 임무와 관련해 제가 오해가 없도록 한 말씀 드린다”며 “당 전체를 총괄하는 사람을 뽑는 것이기 때문에 당 대표를 뽑는 전국 규모 선거를 한 것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전날 추 원내대표는 원내대표의 권한을 근거로 “누구 한 사람이 쉽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고 했는데, 한 대표가 이를 넘어서는 당 대표의 통할권을 강조한 것. 그러면서 “정부 여당은 변화하고 쇄신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의 헌정파괴 쇼에 단호히 맞설 것이다. 당 대표로서 맨 앞에 서겠다”고 말했다.

한 대표 측은 이날 특별감찰관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연계가 당론이 아니었다는 점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대통령실과 친윤계에서 특별감찰관-북한인권재단 연계가 당론이라고 언급하며 원내에 힘을 실었다.

● 친윤 “대통령과 싸우다 안되니 원대랑 싸워”

친윤계에서는 한 대표와 통할권을 앞세워 특별감찰관 추진을 밀어붙이는 데 대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친윤 핵심 의원은 “대통령과 싸우다 안 되니까 원내대표하고 싸우려는 거냐”며 “정말 울화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김재원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에서 “대통령인 당원을 비판할 때는 적어도 일정한 금도가 있어야 한다”며 한 대표를 정면 비판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도 “특별감찰관도 당연히 추진해야 하지만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불편해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압박하는 카드를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당내에선 “이러다 의원총회에서 친윤-친한 간 표 대결을 벌이는 것 아니냐. 다 같이 망하자는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한 중진 의원은 “의총에서 특별감찰관에 동의하면 동의하는 대로 반대하면 반대하는 대로 세력 간 간극이 더 벌어질 것”이라며 ‘심리적 분당’을 걱정했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추진에 대해 “‘김건희 특검’을 막기 위한 물타기 의도”라며 반발했다.

정치권에선 “한 대표가 국감 진행 중 들어가 의원과 증인의 발언이 중단된 게 적절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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