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총선에서 여당 참패의 원인을 분석한 국민의힘 ‘22대 총선백서: 마지막 기회’ 첫 장은 ‘불안정한 당정 관계로 국민적 신뢰 추락’으로 시작했다. 총선 결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하며 여소야대 국면을 초래한 데는 삐걱대는 당정 관계가 있었다는 내부 진단을 내놓은 것이다. 더 들여다보면 야당의 정권심판론에도 여당이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이며 대립각을 ‘제대로’ 세우지 못한 게 주요 패인이라는 분석이었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별위원회는 22대 총선 6개월여 만인 28일 최고위원회의 보고를 거쳐 276쪽으로 이뤄진 총선백서를 공개했다. 조정훈 총선백서특위원장은 공개 직후 취재진과 만나 “몇 번 말하지만 우리는 총선에서 참패했다. 변명의 여지 없는 참패”라며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총선 이후 되레 격화된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간 불화, 당 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내홍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총선백서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패배 원인으로 ▲불안정한 당정 관계로 국민적 신뢰 추락 ▲미완성 시스템 공천 ▲절차적 문제와 확장성 부재를 야기한 비례대표 공천 ▲집권여당의 승부수 전략(공약) 부재 ▲조직 구성 및 운영의 비효율성 ▲효과적인 홍보 콘텐츠 부재 ▲당의 철학과 비전 그리고 연속성 부재 ▲무늬만 싱크탱크? 기능 못한 여의도연구원 등을 짚고 있다.
패인 중 가장 먼저 올린 ‘불안정한 당정 관계로 국민적 신뢰 추락’을 보면 백서는 “선거 전부터 확인된 낮은 국정운영 평가에 대한 (당의) 관리 부재”를 지적했다.
백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과 호주대사 임명, 시민사회수석 발언 논란, 의대 정원 정책, 대파 논란 등 연이은 이슈가 정권심판론에 불을 붙였지만 당도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함께 존재한다”면서 “위의 이슈들에 대해 당은 대립각을 세우기보다 정부의 기조를 따라가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는 등 당정 사이에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감이 조성되지 못했다”라고 분석했다.
또 총선 직전인 4월 1일 윤 대통령이 51분간의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대 정원 증원 2000명이 그냥 나온 게 아니라면서 정당성을 설파한 것에 대해서도 거론했다. 백서는 “대국민담화 직후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이제 끝났다’라는 절망이 팽배했다”라면서 “당정 간 다른 목소리를 내고 대립 관계를 보이는 순간 당정 갈등이 집중 부각될 것을 우려해 적극적으로 싸우지도 못하고 끙끙 앓다가 선거가 끝났다는 비판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총선을 진두지휘했던 한 대표의 전략 부재에 대해서도 언급됐다. 백서는 “야당은 정권심판론을 일관되게 밀어붙인 데 반해 우리는 운동권 심판, 이조(이재명-조국) 심판, 읍소 전략으로 변하는 등 일관성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은 ‘유능함’을 앞세워야 했는데 정부의 정책과 성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선거전략을 체계적으로 세우는 데 실패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해 당시 비대위가 ‘더 이상 이 나라를 범죄자들과 종북세력에게 내주지 맙시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도록 지시했다가 철회한 사건을 거론하며 홍보 슬로건이 공허했다고 지적했다. 여당의 이점을 살려 정부 정책이 가져올 혜택이나 가까운 미래에 대한 기대감을 제시하기 보다는 야당 비판에만 ‘올인’(다걸기) 했다는 얘기다.
국민의힘 총선백서특위는 6대 개혁 과제로 ▲당의 정체성 확립 및 대중적 지지기반 공고화 ▲미래지향형·소통형 조직 구조로 개편 ▲빅데이터 기반 정책 개발 및 홍보 역량 강화 ▲공천 시스템 조기 구축 및 투명성 강화 ▲취약지역 및 청년·당직자 배려 기준 구체화 ▲비전을 가진 싱크탱크, 미래를 위한 준비 등을 제시했다.
조 위원장은 총선 백서에 대해 “아픈 분석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개인의 의견이 아니라 설문조사 한 분들도 강한 회초리를 들어줬다”며 “그 중 하나가 불안정한 당정 관계”라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저희가 어떻게 나아가야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하고 이기는 정당이 될 지에 대해 이 백서에 참여하신 1000여 명에 가까운 분들이 가르쳐 주셨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이어 “많은 분이 백서의 결론을 묻는다. 그 결론은 아주 단순하다”며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한다’, ‘우리는 반드시 하나가 될 것이다’, ‘우리는 하나가 되어야 이길 수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집권 여당으로서 당정을 어떻게 운영해야 국민의 지지를 받을지에 대해 총선 경험이 매우 큰 시사점을 준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백서는 당정 관계와 관련해 ‘당정 사이에 건강하고 생산적인 긴장감’을 강조했다.
총선 이후 201일 만에 백서가 나왔다는 지적에 대해 조 위원장은 “발간이 늦은 만큼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도 줄어들었다”면서 “이 백서에 나온 내용을 빨리 숙지하고 당이 나아갈 길에 대해 한 치의 흐트러짐 없이 매진해야 한다. 정말 마지막 기회”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4월 28일 총선백서TF 준비회의를 시작으로 총선 패인 분석을 위한 백서 활동에 들어갔다. 이후 5월 13일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결로 22대 총선백서특위가 구성됐다. 특위 위원으로는 조 위원장, 진영재 부위원장, 호준석·곽규택·정승연·김정명·류제화·김종혁·김용태·박진호·김효은·김진모·이윤정·이효원·정진우·전인영·이지문 등 낙선·낙천자를 포함해 데이터분석·여론조사 전문가 17명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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