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공화국(북한)에 대한 주권 침해 행위가 재발하면 도발 원점은 우리의 가혹한 공세적 행동에 의해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28일 밝혔다. 앞서 이달 평양에 추락한 무인기를 띄운 원점이 서해 백령도였다고 주장하며 대남 국지도발을 위협한 것. 북한이 ‘원점 타격’을 직접 언급한 건 2014년 이후 10년 만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은 “서울에서 무인기가 삐라(전단)를 살포하면 서울의 들개 무리들이 어떻게 짖어댈지 궁금하다”며 무인기 도발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날 북한 국방성 대변인은 “추락한 무인기의 비행 조종 모듈을 분해해 ‘비행 계획’ ‘비행 이력 자료’ 등을 분석했다며 8일 23시 25분 30초 백령도에서 이륙한 무인기가 다음 날 오전 평양 국방성 청사 상공 등에 ‘정치 선동 오물’을 살포했다”고 주장했다.
우리 군은 북한의 주장에 대해 “대꾸할 가치도 없다”며 “북한 무인기가 침투하면 응분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군 내부에선 이번 무인기 사태가 북한의 자작극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군은 북한이 무인기 침투를 빌미로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인접한 백령도 등 서북도서를 겨냥한 도발을 위협한 것으로 보고 있다. 군 관계자는 “2010년 연평도 포격 때처럼 백령도를 겨냥한 대규모 기습 포격도 언제든 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라고 했다.
● 백령도 연평도 타깃 도발 위협
북한은 이날 ‘원점 타격’을 직접 언급하며 대남 위협 수위를 확 끌어올렸다. 원점 타격을 시사하는 표현은 박근혜 정부 때인 2012~2015년 대북 전단 살포 관련 위협에 등장한 뒤 보이지 않았다. 북한과 러시아는 앞서 6월 정담회담을 통해 체결한 새 조약 4조에서 ‘유사시 한쪽이 공격받아 전쟁에 처할 경우, 다른 쪽이 지체 없이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북한의 러시아 파병으로 양국 관계는 혈맹으로 격상됐고 이에 화답하듯 러시아는 양국 조약의 비준까지 마쳤다. 다음달 5일 미 대선을 코 앞에 둔 상황에서 북한이 러시아란 든든한 뒷배를 믿고 대남 국지도발에 나서고 러시아 한국과 미국의 대응을 빌미로 개입하면 한반도 군사 긴장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미 대선이 다가오면서 ‘트럼프 리스크’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푸틴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우리 외교안보가 최대 위협을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이 무인기의 발진 장소를 백령도로 특정한 데 대해 군 소식통은 “북한에게 목에 가시와 같은 백령도에 궤멸적 타격을 가하겠다는 경고”라고 해석했다. 백령도에서 맞은 편 북한 해안까지는 15~20여km 떨어져있다. 북한군이 배치한 다량의 해안포와 장사정포로 파상 공세에 나설 경우 ‘치명타’를 안겨주기에 충분한 거리다. 특히240·300mm 방사포(다연장로켓)는 북한 내륙 깊숙한 곳에서 수분 내 서북도서를 향해 대규모 화력을 퍼부을 수 있어 더 위협적이다.
● 북한 주장 의문, 김여정 무인기 도발 시사
북한은 이날 국방성 등 관계기관의 연합 조사 결과라면서 침투 무인기의 이륙 지점과 침입 경로, 침입 목적 등을 상세히 공개했지만 군 당국은 북한의 기만 전술의 일환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한국이 날렸다는 무인기가 약 430㎞를 날아가는 궤적을 이날 공개했지만 우리 드론사령부가 보유한 ‘정찰용 소형드론’ 등의 제원을 감안하면 사실상 불가능한 거리란 지적도 나온다.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날 담화에서 서울 상공의 무인기가 윤석열 대통령을 비난하는 전단을 살포하고 북측이 아무것도 확인해주지 않는 상황을 가정한 뒤 “이러한 상황에서 더러운 서울의 들개무리들이 어떻게 게거품을 물고 짖어대는지 딱 한 번은 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북한의 잇단 주장에 대해 “확인해줄 수 없다”는 모호한 입장으로 일관하는 우리 정부에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는 평가와 함께 향후 무인기를 날려 대남전단을 살포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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