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으로부터 각종 변화와 쇄신을 요구받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김건희 여사 관련 문제에 명태균 씨와의 통화 녹음 공개 등으로 난국에 빠졌지만 좀처럼 결단력 있는 자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히려 대국민 설명이나 인적 쇄신보다는 정책 성과 등으로 소통하겠다고 나서고 있어 용산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우려도 분출됐다.
대통령실은 4일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직접 대국민 사과와 대통령실 참모진 전면 개편, 쇄신용 개각 등을 요구한 데 대해 당분간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같은 ‘무대응 무응답 입장’에는 여권 분열 내지 공멸을 우려하는 참모들의 건의에도 윤 대통령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려는 확고한 의지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지지율 하락이나 한 대표 요구에 못 이겨 ‘떠밀려서 하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이신 것 같다”며 “시정연설 참석도 여러 참모들이 끝까지 건의했는데 본인의 (불참)의지가 확고했다”고 말했다. 한 여권 관계자는 “여권 중진이나 원로들이 비서실장이나 정무수석 등을 통해 변화의 필요성을 전달하고 있다”며 “대통령에게 전달은 되는데 말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조언이 안 먹히는 위험한 상황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통령실은 5일(현지시각) 치러질 미국 대선과 외교 행사 등을 이유로 대국민 설명기회, 기자회견 등을 이달 하순에 갖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중요한 결정을 놔두고 대외변수를 핑계로 모든 걸 미루고 있다”는 조바심도 읽힌다. 한 대통령실 참모는 “대외 변수에 묻힐까봐 못한다는 건 솔직히 국민들에게 핑계처럼 들릴 것”이라며 “유일한 변수는 대통령 결심 여부다. 비서실장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는 입장이라 대통령의 태도 변화만 바라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윤 대통령은 메시지를 내는 기회마다 정책 추진 의지를 거듭 강조하고 있다. 정치적 대응은 자제하되 정책 성과로 국민 설득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은 이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하고 “내각은 현재 추진 중인 개혁 정책의 성과를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연내에 잘 마무리해 달라”고 독려했다고 정혜전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이어 “대통령실은 정책 성과 및 개혁 추진에 대한 대국민 소통에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날 한덕수 국무총리와의 주례 오찬에서도 “연내에 국민들께서 정책 성과를 직접 체감하실 수 있도록, 현재 추진 중인 개혁 과제에 대한 각 부처의 신속한 추진을 독려하고 점검할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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