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2013년부터 매년 이어온 대통령 참석 관행이 11년 만에 깨졌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대독시킨 시정연설문에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고 밝혔다. 10%대로 내려앉아 최저치를 기록한 국정수행 지지율과 가장 직접적인 원인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현안에 대한 설명이나 여당에서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국정 전면 쇄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국민의힘 내에서도 “가면 안 되는 길만 골라 선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독단적인 국정운영”이라고 언급하며 윤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 사과를 처음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공화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이날 2025년 국정 방향 설명과 677조 원 규모 예산안 처리 국회 협조 당부를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한 총리 대독을 통해 “연금·노동·교육·의료 등 4대 개혁은 국가 생존을 위해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 과제”라며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자평했다.
시정연설 불참은 야당의 일방적인 특검법과 법안 처리 등 국회 상황을 두루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하지만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여러 참모들이 끝까지 매달려 참석을 건의했지만 대통령 본인의 (불참) 의지가 확고했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명 씨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의 범위를 ‘김건희 라인’에서 전면 개편과 개각으로 확대한 것.
한 대표는 김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국정기조 전환까지 5대 사항을 윤 대통령에게 공식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해 “입장이 없다”며 공식 대응하지 않았다. 다만 한 참모진은 “지지율 하락이든 한 대표의 요구든 ‘무엇에 떠밀려서 하진 않겠다’는 대통령 생각이 확고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상정했다. 법사위 논의를 거쳐 14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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