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정연설 불참에 韓 “독단적인 국정운영”…與내부 비판 이어져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4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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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국무총리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2025년도 예산안 및 기금운용계획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시정연설에 불참하고 총리가 본회의장 단상에 오르는 것은 11년 만에 처음이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불참했다. 2013년부터 매년 이어온 대통령 참석 관행이 11년 만에 깨졌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대독시킨 시정연설문에서 “정부 출범 이후 지난 2년 반, 하루도 마음 편한 날이 없을 정도로 나라 안팎의 어려움이 컸다”고 밝혔다. 10%대로 내려앉아 최저치를 기록한 국정수행 지지율과 가장 직접적인 원인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 등 현안에 대한 설명이나 여당에서 요구가 확산되고 있는 국정 전면 쇄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 불참에 국민의힘 내에서도 “가면 안 되는 길만 골라 선택하는 이해할 수 없는 정무 판단”이라는 날선 비판이 나왔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윤 대통령을 겨냥해 “독단적인 국정운영”이라고 언급하며 윤 대통령 부부와 명태균 씨를 둘러싼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 사과를 처음 요구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민주공화국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날을 세웠다.

윤 대통령은 이날 2025년 국정 방향 설명과 677조 원 규모 예산안 처리 국회 협조 당부를 위한 국회 시정연설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한 총리 대독을 통해 “연금·노동·교육·의료 등 4대 개혁은 국가 생존을 위해 당장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체절명 과제”라며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고 민생의 어려움을 풀기 위해, 2년 반을 쉴 틈 없이 달려왔다”고 자평했다.

시정연설 불참은 야당의 일방적인 특검법과 법안 처리 등 국회 상황을 두루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대통령실 설명이다. 하지만 복수의 대통령실 관계자들은 “정진석 비서실장을 비롯해 여러 참모들이 끝까지 매달려 참석을 건의했지만 대통령 본인의 (불참) 의지가 확고했다”고 전했다.

4일 오전 국회 국민의힘 당대표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한대표는 “대통령이 솔직하게 밝히고 사과 를 요구하며 참모진 전면 개편하고, 쇄신 개각 단행하라”고 발언했다. 2024.11.04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명 씨 논란과 관련해 “대통령이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 “대통령을 제대로 보좌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적으로 개편하고,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쇄신의 범위를 ‘김건희 라인’에서 전면 개편과 개각으로 확대한 것.

한 대표는 김 여사 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국정기조 전환까지 5대 사항을 윤 대통령에게 공식 요구했다. 대통령실은 한 대표의 요구에 대해 “입장이 없다”며 공식 대응하지 않았다. 다만 한 참모진은 “지지율 하락이든 한 대표의 요구든 ‘무엇에 떠밀려서 하진 않겠다’는 대통령 생각이 확고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을 상정했다. 법사위 논의를 거쳐 14일 본회의에서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윤석열 대통령#국회 시정연설#한덕수 국무총리#한동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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