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친윤석열(친윤)계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기자회견을 하루 앞둔 6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실에 다양한 루트로 전달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친윤계에서도 특검법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이라 주목된다.
이날 국민의힘 6선 조경태 의원은 “하나마나한 기자회견이면 여당이 특검법을 더는 막아내기 어려운 상황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여당에서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문제 해법을 어떻게 제시하느냐가 여당 내 김건희 특검법 이탈표에 영향을 줄 것”이라며 “특검법 통과를 결정할 여당 8표 이탈 여부가 윤 대통령 회견 내용에 달렸다”는 목소리가 나온 것.
이날 한동훈 대표와 중진 의원 회동에서도 한 의원이 “윤 대통령이 의원들에게 이탈하지 않을 명분을 줘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이달 28일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강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7일 기자회견이 윤 대통령 집권 후반기 운명을 가를 정국의 최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회견에서 담화문 내용은 가급적 줄이고 일문일답 시간을 늘릴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 최다선이자 친한(친한동훈)계인 조 의원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윤 대통령 기자회견 결과물이 기대치 이하로 나오면 국민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당의 비판이 있지만 회견 결과에 따라 (이탈표) 변동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통화에서 “기대 이하면 당장 이탈이 늘 수 있고 자연스럽게 특검 이야기로 흘러갈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한 수도권 의원도 “수준 이하 기자회견이면 당내에서 특검법을 받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안철수 의원은 최근 “김 여사 리스크를 매듭짓지 않고 국정을 정상화한다는 것은 사실상 힘들어졌다”라면서 “(김 여사 특검법에서) 독소조항들은 삭제한 여야 합의로 추진해야 한다”라고 특검 필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지난달 4일 두번째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때 당 지도부가 특검법 부결을 당론으로 정했지만 최소 4표의 이탈표가 나왔다. 여당 관계자는 “당시보다 김 여사에 대한 여론이 더 나빠졌다. 무기명 투표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추가 이탈표 우려는 더 커졌다”고 했다.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과 한 대표 간 81분 면담에서도 한 대표가 “여론이 악화되면 특검법을 더 막기 어렵다”고 하자 윤 대통령이 “나는 우리 당 의원들을 믿는다”며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중진 의원들과 연쇄 회동을 했다. 여당 관계자는 “여사의 활동 자제와 인적 쇄신 등의 요구가 대표 한 사람의 의견이 아닌 당의 의견이란 일종의 압박 아니겠나”라고 설명했다. 중진 회동 후 여당은 8일 예정된 윤석열 정부 전반기 국정 성과 보고 토론회도 “자화자찬 우려가 있다”며 연기했다. 반면 회동에 참석한 나경원 의원은 “지금은 대통령의 시간이다. 기다려야 할 때”라면서 “제언으로 포장되는 압박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8월 기자회견 당시 집무실에서 국정브리핑 연설문을 한 뒤 기자회견장으로 내려오는 방식 대신 바로 기자회견장에서 담화문을 읽은 뒤 일문일답을 진행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이번 회견에서는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보단,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것이다.
여권에선 이번 기자회견이 10일 임기 반환점을 앞두고 윤 대통령의 사과 여부 및 김 여사 문제에 대한 대응방안 등에 따라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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