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사흘 앞둔 7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초 기자회견은 이달 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과 핵심 관련자인 명태균 씨 녹취 등이 연이어 공개되면서 해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급하게 앞당겨 진행됐다. 특히 이례적으로 시간 제한이 없는 ‘끝장 토론’을 예고해 여러 의혹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실질적인 해명 없이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다. 또 기자회견 시간이 길어지자 손 든 기자들을 뒤로 하고 “목이 아프다”며 참모진에 그만할 것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야당에선 “한마디로 처참하고 참담한 담화였다”는 비판이 나왔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취임 후 네 번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오전 10시부터 대국민담화를 약 15분간 읽은 뒤 곧바로 기자들의 질문을 받기 시작했다. 질의응답만 약 125분간 이어졌다. 이는 취임 후 가장 긴 시간 동안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올해 5월엔 모두발언 22분, 질의응답 73분 등 총 95분간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을, 8월엔 모두발언 41분에 질의응답 83분 등 124분간 ‘국정브리핑-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다만 시간에 제한이 없는 ‘끝장토론’을 예고한 것과는 달리 기자들의 질문이 이어지는 데도 기자회견을 끝내면서 뒷말이 나오고 있다. 보수 성향의 한 커뮤니티 게시판엔 “대통령이 ‘끝장’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도 이어졌다.
회견 중 대통령실 정혜전 대변인이 “다음 질문 받겠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하나 정도만 하자”고 말했다. 기자회견이 2시간을 넘어가던 시점이었다. 정 대변인이 “네?”라고 되묻자, 윤 대통령은 반말로 “하나 정도만 해, 목이 아프다 이제”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멋쩍은 듯 “더 할까?”라고 물었고, 정 대변인은 “한 두 개만 더 받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윤 대통령은 4개의 질문을 더 받았다. 정 대변인은 대통령의 답변이 끝나자 “지금 많은 분들이 손을 들었지만 담화를 제외한 기자회견만 2시간이 훌쩍 넘었다”고 했다. 이때 윤 대통령은 “저기 외신 기자 한 분 더 받자”고 직접 지명했다. 기자회견을 마치면서 정 대변인은 “시간 관계상 모든 분들께 기회를 드리지 못한 점 양해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내용면에서도 의혹이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모든 것이 저의 불찰이고 제 부덕의 소치”라고 사과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에 대해 고개를 숙였는지 명확하게 밝히지 않았다. ‘제 주변 일’이라고만 했다. 김 여사의 대외활동 자제 요구 목소리와 관련해선 “누구한테 도움을 받으면 말 한마디라도 고맙다는 얘기를 해야 한다는 그런 걸 갖고 있다 보니 문제가 생긴 것 같다”며 “앞으로 부부싸움을 좀 많이 해야겠다”고 답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끝난 뒤 “시종일관 김건희 지키기”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V0 ‘김건희 대통령’을 지키기 위한 V1의 결사적 노력을 봤다”고 비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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