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9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김건희 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범국민대회를 열고 “이제 국민이 위임된 권력을 남용하는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때가 됐다”고 했다. 2주 연속 주말 집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그들을 우리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 보자”며 사실상 정권 퇴진론을 주장했다.
박찬대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며 “그들 스스로 마지막 기회를 걷어찼다. 이제 관망은 끝났다.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고 했다. 민주당이 사전 배포한 박 원내대표의 사전 연설문에는 ‘윤석열은 퇴진하라’는 문구도 포함돼 있었으나, 박 원내대표는 실제 현장에선 “윤석열을 심판하자”고 언급했다.
조국혁신당 등 4개 군소 야당도 참석해 “윤석열 그분이 평화롭게 퇴진하는 일은 절대 용납해선 안 된다”(조국혁신당 신장식 원내부대표) “탄핵만이 국정을 바로 세우는 일”(기본소득당 용혜인 대표) 등의 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날 집회엔 민주당 지도부를 비롯해 당 추산 20만 명(경찰 추산 2만5000명)이 모였다. 민주당은 16일에도 군소 야당과 공동으로 대규모 장외집회를 열 예정이다.
한편 같은 시간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와 자유통일당 등 보수단체도 광화문에서 ‘맞불’ 집회를 열고 “이재명을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2주 연속 거리 나간 李 “그들을 무릎 꿇리자” 공세 수위 끌어올려
“두 글자로 된 말 차마 할수없어서…” 민주, ‘탄핵’ 해석에 “환장” 수습 한동훈 등 “판사 겁박 시위” 반발 민노총 집회선 경찰 폭행, 11명 체포
“우리는 첨병들이다. 우리로부터 시작해서 거대한 대한민국의 변화가 시작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말인 9일 서울 숭례문 인근에서 당이 주최한 ‘김건희·윤석열 국정농단 규탄·특검 촉구 제2차 국민행동의 날’ 모두발언에서 이같이 말하며 “그들이 스스로 국민에게 복종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함께 손을 잡고 그들을 우리 앞에 무릎 꿇게 만들어 보자”고 했다.
지난주에 이어 2주 연속 장외집회에 참석한 이 대표는 “저도 죽을힘을 다해 여러분과 함께하겠다”며 정권을 향한 공세 수위를 더 끌어올렸다.
● 李 “전쟁을 못 해 장이 뒤집어졌나”
이 대표는 이날 정부 예산과 민생 경제 위기 등을 조목조목 지적하며 문제 삼았다. 그는 “그들이 흥청망청 어디에 쓰는지도 알 수 없는 ‘특활비’니 ‘특경비’니 ‘해외 출장비’니, 그게 모두 우리가 피땀 흘려 번 돈에서 낸 세금”이라며 “여러분은 이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고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냐”고 했다.
정부의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가능성과 관련해서도 “전쟁을 못 해서 장이 뒤집어진 것이냐”며 “두 글자로 된 말을 차마 할 수 없어 이렇게 말했습니다만, 전쟁의 위협이 조금이라도 올라가면 대한민국 경제가 타격을 입고 우리 국민들의 삶이 위태로워진다”고 반발했다. 이 대표가 언급한 ‘두 글자’가 ‘탄핵’이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지자 민주당 관계자는 뒤늦게 “이 대표가 말한 ‘두 글자’는 탄핵이 아닌 ‘환장(換腸)’”이라고 수습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장외집회에 대한 경찰 통제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그는 “제가 바라본 지금 경찰의 모습은 국민들을 감시하고, 모이지 못하게 방해하고, 어떻게든지 숫자를 줄이려는 권력의 주구처럼 보인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집회에 약 20만 명이 모였다고 밝혔는데, 경찰은 민주당 집회에 앞서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이 주도한 집회 등에 참석한 인원까지 모두 합쳐 2만5000명 정도인 것으로 추산했다. 전주에도 민주당은 30만 명, 경찰은 2만 명 정도 모인 것으로 각각 다르게 추산했는데 이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 민주당은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1심 판결 다음 날인 16일에도 야5당 공동 주최로 세 번째 장외집회를 연다.
민노총 등이 참여한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와 시민단체 촛불승리전환행동도 이날 서울 시내에서 집회를 열고 “윤석열 탄핵”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경찰은 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 소속 집회 참가자 등 11명을 공무집행 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해 현행범으로 체포한 뒤 조사 중이다. 이들은 집회 시작 전 경찰이 설치한 철제 펜스를 밀면서 언쟁을 벌이다 경찰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구속영장 신청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 與 “판사 겁박 시위” “조폭이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관련 1심 선고일(15일)을 앞두고 ‘이재명 방탄용’ 집회를 벌이고 있다며 반발했다. 한동훈 대표는 10일 “(민주당과 이 대표는) 이재명이라는 기득권 정치인 1명의 범죄 처벌을 무마해 주려고 선진국의 상식 있는 시민들이 자신들의 선동에 넘어가 판사 겁박하러 주말에 거리로 나서줄 것이라고 (크게 착각한 것 같다)”며 “민주당 기대와 달리 이 정도 무력시위로 명백한 유죄를 무죄로 바꾸게 하려는 판사 겁박은 안 된다”고 했다. 당 중진 의원들도 “이쯤 되면 이들이 국회의원인지 ‘조폭 불량배’인지 헷갈릴 정도”(김기현 의원)라거나 “민주당과 민노총이 한날한시에 한목소리를 낸다”(나경원 의원)라며 비판 수위를 높였다. 국민의힘은 14일 본회의 전 의원총회를 열고 한 대표가 요구한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에 대한 의견을 모을 예정이다.
이에 민주당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한 대표가 애써 논점을 흐리며 본질을 가려도 김건희 특검에 대한 국민적 열기와 밀도는 가릴 수 없다”며 “김건희 제국의 일등공신이자 집권 여당의 대표로서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전격 수용하라”고 되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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