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채용 등 수사의뢰 따른 조치
李, 스포츠공정위 과반 찬성땐 자격
해외출장 이유 어제 문체위 불출석
정부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69·사진)에게 직무 정지 처분을 내렸다. 국무조정실 정부 합동 공직복무점검단에서 이 회장을 수사 의뢰한 데 따른 조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 회장에게 직무 정지 사실을 통보했다”며 “수사 기관에도 신속한 수사를 촉구한다”고 11일 밝혔다. 이 법은 공공기관 임원이 금품 비위, 채용 비위 등을 저지른 사실이 있거나 혐의가 있을 때 해당 임원의 직무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직복무점검단은 한 달간 조사를 벌인 뒤 이 회장을 직원 부정 채용(업무방해), 물품 후원 요구(금품 등 수수), 후원 물품의 사적 사용(횡령), 예산 낭비(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고 10일 알렸다.
이번 직무 정지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이 회장의 연임에 관한 안건을 심의하기로 한 바로 전날 나왔다. 스포츠공정위는 12일 오후 2시 서울 송파구 올림픽회관에서 전체회의를 열고 이 회장의 3선 출마 자격을 심의할 예정이다. 회장 등 대한체육회 이사는 원칙적으로 한 번만 연임할 수 있는데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3선 이상도 가능하다. 이 회장은 2016년 대한체육회장에 선출된 뒤 2021년 재선으로 한 차례 연임했다. 스포츠공정위원 15명 중 과반이 참석하고 그중 과반이 찬성하면 연임 자격을 얻는다. 직무 정지 상황에도 이 회장이 스포츠공정위 심의를 통과하면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할 수 있다.
현재 스포츠공정위원은 모두 이 회장이 임명했다. 문체부는 ‘대한체육회장 자신이 임명한 스포츠공정위원들에게 자기 임기 연장 심의를 받는 건 불공정하고 비상식적’이라면서 지난달 대한체육회에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이 권고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기존 제도에 따라 3선 절차를 밟고 있다.
이 회장은 스포츠공정위에 연임 심의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자격을 유지하려면 대한체육회장을 연임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한체육회 정관에도 ‘국제스포츠기구 임원 진출 시 임원 경력이 필요한 경우’에는 3선 이상을 허용하도록 돼 있다. 이 회장은 국가올림픽위원회(NOC) 대표 자격으로 2019년 IOC 위원이 됐기 때문에 대한체육회장에서 물러나면 IOC 위원 자격도 잃는다. 이 회장은 11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현안 질의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IOC 관계자 면담 등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내고 참석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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