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당원게시판에 한동훈 대표와 부인, 장인 등 한 대표 가족 명의로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난하는 글이 올라온 것과 관련해 친윤(친윤석열)계와 친한(친한동훈)계 간 계파 갈등이 다시 불붙고 있다. 친윤 진영은 “철저하게 조사할 필요가 있다”며 당무감사를 요구했고, 친한 진영은 “불법적인 글도 아닌데 당무감사 요건이 되느냐”고 반박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잇따른 선고(15일, 25일)를 앞두고 한목소리로 ‘이 대표 때리기’에 나섰던 친윤-친한계가 다시 대립하고 나선 것이다. 당내에선 “친윤계가 그간 쌓였던 앙금에 공세에 나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논란은 당원의 성 씨만 표시되는 익명 당원 게시판에 전산 오류가 발생해 작성자 이름까지 노출되면서 불거졌다. 경찰이 해당 사건과 관련해 수사에 착수하고 당에서도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고발을 예고하면서 당내 사안이 수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친윤 “많은 당원 걱정, 의문점 빨리 해소해야”
친윤계인 추경호 원내대표는 13일 기자들과 만나 “많은 당원이 걱정하고 있다. 의문점에 대해 빨리 해소하는 게 불확실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서범수 사무총장에게) 조사에 착수해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권성동 의원도 “당원들의 당무감사 요구가 분출하고 있다”며 “한 대표에 대해서 욕설이 있었다면 당 지도부가 이렇게 미온적으로 대처했겠느냐”고 했다.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 게시판에는 한 씨 성을 가진 당원이 4·10총선 이후 “건희는 개 목줄 채워서 가둬 놔야 돼” “보수 정권 역사상 이런 미친 영부인이 있었나” “(대통령은) 범죄 마누라 살릴려고 당과 당원을 팔아먹었다” 등 윤 대통령 부부를 비방하는 글을 여럿 올렸다. 이후 한 유튜버가 해당 당원의 이름이 ‘한동훈’이라는 것을 밝히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어 한 대표의 부인과 모친, 장인, 장모 등과 이름의 같은 당원들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를 비판하는 주장과 사설, 기사 등을 꾸준히 올려온 사실도 공개했다.
앞서 한 대표 측은 한 대표가 작성한 글이 아님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 대표는 당 홈페이지에서 실명 인증을 받지 않아 글을 쓸 권한이 없다고 주변에 설명했다고 한다. 이에 친윤 진영에서 한 대표 가족 명의의 글 작성자도 실제 누구인지 확인하자고 요구하고 나선 것.
● 친한 “韓가족과 이름 같으면 확인해야 하나”
일단 친한계 등 당 지도부는 당무감사에 미온적인 태도다. 서 사무총장은 이날 당무감사 방침을 밝히지 않았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당원게시판은 익명성이 보장돼 있다. 한 대표 가족과 이름이 같다는 이유로 신원을 확인하는 게 적절하냐”고 반문했다. 당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은 공지에서 “정당법 제24조 등에 따라 범죄에 의한 영장, 재판상 요구, 선거관리위원회 확인이 아니면 정당 당원의 신상을 열람, 공개하거나 누설할 수 없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이날 당 지도부가 최초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를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수사가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주 의원은 “비방 글을 올린 ‘한동훈’은 한동훈 대표와 무관하다는 것이 밝혀졌음에도, 계속 비방용 방송을 한 유튜버에 대해서는 내일까지 시정하지 않을 경우 허위사실 유포로 고발하겠다”고 했다. 이날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앞서 한 대표 이름의 글 작성자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고발한 오상종 자유대한호국단 대표를 불러 고발인 조사를 마쳤다.
당내에선 “이 대표 1심 선고 공판을 앞두고 이렇게 다투는 게 맞느냐”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 지도부 관계자는 “한 대표 가족을 찾겠다면 대통령 욕한 사람과 한 대표를 욕한 사람을 다 찾아야 한다”며 “그 사람들을 찾아 들어가다 보면 용산 쪽 사람 등 생각지도 못한 일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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