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불법 채권 추심 행위에 대한 근절을 강조한 가운데, 정작 정부의 내년도 서민정책금융 예산 공급 규모가 올해보다 6100억 원 줄어든 1조200억 원으로 편성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로 인해 내년에 총 12만 건이 넘는 서민 대출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여야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정부가 사실상 삭감한 내년도 서민정책금융 예산을 원상 복구하는 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민들이 불법 사채로 내몰릴 것”이란 우려에 국회가 예산 증액에 나선 것.
정무위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소위에서 대표적인 서민정책금융으로 꼽히는 ‘햇살론15’의 예산을 당초 편성된 900억 원에서 550억 원을 증액하는 데 합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최저신용자특례보증’도 정부가 제출한 560억 원보다 370억 원을 더 늘리기로 했다. 정무위 관계자는 “두 사업의 경우 모두 공급 목표를 올해 수준으로 유지 가능한 정도로 증액한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 추산에 따르면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기준으로 할 경우 서민정책금융 공급 축소가 불가피했다. 최저신용자특례보증 예산을 지난해와 같은 560억 원으로 유지하면 공급 목표가 올해 2800억 원에서 내년엔 1700억 원으로 1100억 원 줄어들게 된다. 대출받은 신용자가 원금 상환에 실패했을 때 서민금융진흥원이 은행에 대신 갚아준 금액의 비율인 대위변제율이 올해보다 13%포인트 높아졌기 때문이다. 햇살론15도 주요 재원인 국민행복기금이 고갈되면서 예산을 전년과 동일한 900억 원으로 유지할 경우 전체 공급 목표가 올해 1조500억 원에서 내년도엔 6500억 원으로 4000억 원 줄어드는 것으로 전망됐다. 저신용·저소득 청년을 위한 ‘햇살론 유스’는 올해 총 450억 원이 투입돼 공급 목표가 3000억 원이었던 데 비해 내년도 기금운용계획안에는 306억 원만 편성됐다. 이 경우 공급목표는 2000억 원으로 총 1000억 원 줄어들게 된다.
건수로 보면 올해 9월 말 기준 건당 평균 대출 공급 규모를 감안할 때 최저신용자특례보증의 경우 총 4만4000건이, 햇살론15는 4만8192건의 공급이 줄어드는 셈이다. 햇살론유스도 총 3만5714건의 대출 축소가 예상됐다. 이를 합치면 내년에 12만7906건의 서민 대출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천 의원은 “예산 감소로 10만 명 이상의 서민이 불법 사채로 내몰릴 수 있었다”며 “정무위에서 합의된 대로 서민금융 예산 증액이 수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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