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 체계) 국내 정식 배치 고의 지연 의혹을 감사해 온 감사원이 지난달 말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 등 4명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한 것으로 확인됐다.
19일 정부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해 10월부터 특별조사국을 투입해 국방부·외교부 등 11개 기관을 대상으로 사드 배치 지연 의혹에 대한 감사를 진행했다.
감사 결과 정 전 실장, 정경두 전 국방부 장관 등 4명에게 군사기밀보호법 위반과 직권 남용 혐의를 적용해 수사를 요청했다.
이들은 사드의 한국 정식 배치를 늦추려고 2급 비밀에 해당하는 사드 미사일 교체 관련 한미 군사작전 내용 등을 시민단체 측에 유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중국과의 관계를 이유로 중국대사관 소속 국방 무관에게도 군사작전 내용 등을 사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7월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이 감사원에 청와대·국방부 감사를 청구하면서 시작됐다. 대수장은 전진 국방부 장관 등 예비역 장군 900여명이 참여하고 있는 단체다.
당시 대수장은 △환경영향평가 협의회 구성 지연 △ 전자파 및 저주파 소음 등의 측정결과에 대한 대국민 공개 기피 △관련 문서 파기 의혹 △중국과의 3불(不)1한(限) 실체 등 4가지 사항에 대한 감사를 요구했다.
다만 ‘중국과의 3불(不)1한(限) 실체’는 외교 협상 및 결과로 정책결정 사항에 해당해 이번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3불’은 △사드 추가 배치 △미 미사일 방어(MD) 체계 참여 △한·미·일 군사 동맹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며, ‘1한’은 중국을 겨냥하지 않도록 사드 운영을 제한한다는 뜻이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국민의힘 의원 시절인 지난해 7월, 2019년 12월 국방부 장관에게 보고된 ‘환경영향평가 평가협의회 구성 시기 관련 과장급 협의 결과 보고’ 문건을 공개했다. 해당 문건에는 “12월에 계획된 중국 외교부장 방한, VIP(문재인 대통령) 방중에 영향이 불가피해 연내추진이 제한(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사드 기지 환경영향평가는 지난 2017년 10월부터 추진됐지만, 문재인 정부 임기가 끝날 때까지 마무리되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부가 한중 관계를 악화를 우려해 절차를 고의로 지연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면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6월 약 10개월 만에 환경영향평가 절차를 완료하고 사드 배치를 정상화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난달 대검에 관련 내용에 관해 수사를 요청했다”며 “다만 수사 대상자나 혐의 등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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