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처 특활비는 정부 원안 수용
野, 양곡법 등 상임위 소위 단독 처리
與 “거부권 유도 꼼수” 반발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이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대통령실 소관 특수활동비를 전액 삭감해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전날 열린 운영위 예산심사소위원회에서 대통령실 특활비를 두고 여야 공방 끝에 파행하자 민주당이 하루 만에 자체 수정안을 제출해 처리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분풀이 예산, 정부 목조르기 예산”이라고 반발하며 회의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야당은 이날 국회에서 운영위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가 편성한 대통령실 특활비 82억5100만 원을 전액 삭감한 예산안을 상정해 통과시켰다. 이에 국민의힘 간사인 배준영 의원은 “지금 진행되는 회의는 민주당이 민주주의를 파괴한 날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라며 “대통령실의 손발을 묶는다고 이재명 대표가 사는 것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배 의원의 발언 직후 회의 시작 8분 만에 여당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예산안 토론 과정에서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도 “특활비 100% 전액 삭감은 과하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하지만 운영위 야당 간사인 민주당 박성준 의원은 “사용처, 사용 목적 등에 대한 소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삭감 이유를 재차 강조했다. 같은 당 정진욱 의원도 “예산소위를 무력화시키고, 이 자리를 떠난 국민의힘 의원들을 강력 규탄한다”고 했다. 다만 민주당은 대통령실의 특정업무경비 16억1000만 원은 정부안대로 통과시켰다.
당초 대폭 삭감을 예고했던 경호처의 특수활동비(82억5500만 원)에 대해서는 정부 원안을 수용했다. 민주당은 경호처가 사용처를 소명했고, 과거 ‘입틀막’(입을 틀어막는 행위) 논란이 일었던 경호 등에 대해 “매뉴얼을 변경해서라도 혁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운영위원장인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예결위 본심사 과정에서 확실한 소명과 자료 제출이 없으면 (삭감된 안) 그대로 통과시킬 의지를 갖고 있다는 걸 분명하게 국민 앞에서 천명한다”고 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박준태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대통령실 특활비를) 전액 삭감한 것은 정부에 대한 증오심의 표출이자 국정의 핵심 기능을 마비시키려는 시도와 다를 바 없다”며 “민주당식 보복 정치가 정부 기능을 무력화하고 사법 정의를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위원회에선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양곡관리법을 포함해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 등 여야가 대립 중인 법안 4건이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여당은 “거부권 유도 꼼수”라고 반발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