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군무원에 징계부과금 117억 부과…사상 최고액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1월 24일 16시 04분


군 당국이 방산 관련 납품업체로부터 공사 수주 대가 등으로 수십 억 원의 뇌물을 챙긴 군무원에게 117억 원이 넘는 징계부가금을 부과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2010년 국가공무원법을 개정을 통해 금품이나 향응을 받은 비리 공무원에게 법원 선고나 해당 부처의 자체 징계 처분과 별도로 금전 또는 재산상 이득의 최고 5배까지 내게 하는 징계부가금 제도를 만든 이후 100억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상 최고금액이 부과된 것이다.

24일 군 관계자 등에 따르면 국방부 군무원징계위원회는 6월 당시 해군 4급 군무원이던 50대 A 씨에게 파면과 함께 117억4000만 원에 달하는 징계부가금 부과를 의결했다. 징계위는 A 씨가 국방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해치는 중대 비위를 저지른 점, 비위의 고의성과 치밀한 계획성이 입증된 점 등을 토대로 이같이 의결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는 A 씨가 비위로 취득한 금액을 환산한 결과 29억3000만 원에 달한다고 판단하고 이 금액의 4배에 달하는 징계부가금 부과를 의결했다.

인사혁신처에 따르면 징계부가금 제도가 도입된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가공무원에 부과된 징계부가금은 모두 합해 88억 원이었다. A 씨에게 부과된 징계부가금 규모가 14년치 총액을 넘어선 것이다.

국방부 깃발. 뉴스1 자료사진


안보와 직결 함정 정비 두고 뒷돈…뇌물 4배 최고 징계금

앞서 A 씨는 해군 함대 내에서 함정 정비 사업 등을 총괄하는 선거공장장으로 일하며 2022년 1~10월 함대 내 공사 수주와 각종 편의 제공의 대가로 철도 장비 제조업체 등 2개 업체로부터 13억8000만 원 상당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해 1월 구속 기소됐다. 아내 명의로 설립한 사업체를 통해 물품 거래대금인 것처럼 뇌물을 받는 수법으로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도 적용됐다.

공소장 등에 따르면 A 씨는 선거공장장이라는 자신의 직위와 권한을 이용해 뇌물을 준 업체가 수주할 공사 소요를 제기했다. 이 업체들에 함대 공사 관련 내부 정보를 제공하고 입찰 관련 심사에도 적극 관여하는 등의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두 업체에서 각각 3억8000만 원과 10억 원 상당을 수수했다. A 씨는 이 같은 뇌물을 아내 이름으로 설립했지만 사실상 자신이 운영하는 해상 고무보트 제작업체 명의 계좌를 통해 수십 차례에 걸쳐 입금받은 혐의도 받았다. 다만 A 씨는 수사 및 재판 과정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중앙지역군사법원은 1심에서 A 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징역 11년과 벌금 20억800만 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추징금으로 13억8000만 원도 명령했다. 당시 법원은 A 씨의 뇌물 수수액을 13억8000만 원으로 봤지만 이후 수사당국이 추가 수사를 통해 수수액이 29억3000만 원에 달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징계부가금도 이 금액의 4배인 117억4000만 원으로 의결했다.

징계부가금으로 범죄수익금의 4배를 부과한 건 영해 수호를 위한 핵심 요소인 함정 정비 사업에 A 씨가 뇌물을 개입시키면서 군 관련 사업의 공정성과 신뢰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점을 엄정하게 본 결과로 알려졌다.

2010년 국가공무원법에 징계부가금 부과 조항이 생긴 이후 공무원들에게 징계부가금이 5배까지 부과된 사례도 있지만 9만2500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공무원에게 46만2500원의 징계부가금을 부과하는 등 그 규모는 크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A 씨는 본인이 적극적으로 업체에 뇌물을 요구하는 등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며 “방산 비리는 국가 안보와 직결된 중대 비리인 만큼 4배에 달하는 징계부가금 부과 의결은 방산 비리를 척결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했다.

A 씨는 징계와 징계부과금 부과 처분에 대해 항고했고, 현재 항고 절차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산비리#군무원#징계부가금#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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