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체제 이후 ‘대남 인지전’ 역량 키운 북한
“국정원 대공수사권 복원 수요 증가할 것”
김정은 체제 아래 ‘대남 여론전’을 강화하고 있는 북한이 러시아에 사이버 요원을 파병해 관련 기술을 습득할 가능성이 25일 제기됐다. 이에 한국의 대공수사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김일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날 ‘보이지 않는 전쟁: 북한과 중러의 인지전 대응’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군사적 도발에 이어 ‘인지전’의 영역에서도 공세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는 우리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보이지 않는 전쟁’이라고도 불리는 ‘인지전’이란 가짜뉴스 전파 등의 방법을 통해 여론을 조작해 상대의 잘못된 판단을 유도하는 전쟁 형태를 의미한다.
김 연구위원은 북한이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집권 이후 대남공작기관의 역할을 확장함으로써 인지전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는 그간 북한에서 대남사업을 담당해 온 통일전선부 산하의 ‘문화교류국’이 최근 별도의 조직으로 분리되고 규모가 확대된 점을 언급하며 “정찰총국, 대적지도국, 국가보위성, 군 보위국 등 기관들 간의 충성 경쟁으로 대남 인지전이 더욱 강하게 전개되고 있다”라고 진단했다.
동시에 “러시아는 한국 언론이 자국 고위 인사들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점을 이용해 우리 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을 견제하고, 한러관계 악화의 책임을 한국에 전가하는 전략을 구사해왔다”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최근 북한이 러시아에 대규모 전투부대를 파병한 데 이어 사이버 요원도 보내 북러 간 밀착을 강화하면서 대남 인지전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측이 AI 기반의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항복 영상을 제작하고 퍼뜨린 것으로 봤을 때, 북한도 비슷한 방식의 AI 활용 인지전 전략을 학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부가 관련 법 제정과 함께 대공수사역량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김 연구위원은 온라인상 허위 정보에 대한 대응 체계를 담은 ‘사이버 안보법’과 함께 대리인의 사전등록과 활동내역 보고를 의무화하는 ‘외국대리인 등록법’의 제정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대공수사의 역량 제고를 강조했다. 그는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이 이전된 현 상황에서 일차적으로는 국정원과 경찰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복원 수요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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